17대 국회 이후 소년법 개정안 87건 발의

비행예방체계-보호처분 개선 등도 과제

소년법 관련 논란이 일 때면 주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가장 큰 쟁점이 되곤 하지만 사실 소년법 개정과 관련해선 그 외에도 짚어볼 부분이 많다. 그동안 국회에 발의됐던 법안들을 보면 소년법과 관련해 어떤 쟁점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영향으로 소년법 개정 논의가 활발했던 17대 국회 이후 21대 국회(2022년 1월 기준)까지 소년법 개정안은 총 87건 발의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청소년들의 범죄 흉포화를 지적하며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의 연령기준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하자는 내용이지만 △우범소년 개념 삭제 또는 정비 △소년범의 재사회화를 돕고 범죄를 막기 위한 비행예방체계 개선 △보호처분이나 보호시설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도 소수나마 꾸준히 발의됐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나 처벌강화를 위한 소년법 개정 논란 때 같이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뜻이다.

◆"우려만으로 범죄자 취급은 차별" =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및 처벌강화 이외의 소년법 쟁점 중 최근까지도 여론의 관심을 받은 내용은 '우범소년' 부분이다. 우범소년이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의 소년을 말한다(소년법 제4조 1항 3호). 우범 사유는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는 것,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한 환경에 접하는 것 등이다. 성인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사안이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한다는 점에서 규정 삭제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우범소년 조항에 대한 권고는 국내외에서 여러 번 있었다. 2019년 10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우범소년 폐지를 한국 정부에 권고했고, 2020년 12월에는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 2021년 9월에는 인권위가 폐지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권고 결정문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행위로 소추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면서 "그런데 우범소년 규정에 따르면 성인과 달리 소년은 그의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형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년보호사건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우범소년 규정은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이를 형사법적으로 다루는 국가는 거의 없다"면서 "우범소년 규정을 삭제하고 이를 소년복지적 차원의 지원방안 및 보호대책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1대 국회 들어선 지난해 1월 이규민 의원이 우범소년 폐지를 골자로 한 소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와 경찰청은 무조건 폐지에 반대하면서 제도개선 및 정비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호처분에 치료명령 추가하자" 사법적 치료 필요 = 법개정 논의를 거쳐 촉법소년 연령이 하향된다 하더라도 기억해야 할 점은 여전히 형사재판이 아닌 소년재판을 받으며 소년사법체계 안에 편입되는 소년범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 대한 재사회화, 비행예방교육 등은 여전히 꼼꼼히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소년법 개정안으로 반복적으로 제안된 내용 중 하나는 소년들의 비행예방을 위해 품행 교정 및 건전한 성장을 돕기 위한 각종 조사 연구와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도 소년원 등의 산하에 설치된 청소년비행예방센터에서 비행원인 파악을 위한 상담조사, 비행예방교육, 청소년회복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진행되기에는 인력·예산에 한계가 있고, 지속적으로 증대되는 현장수요에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보호처분 대상 소년의 정신질환자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사법적 치료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내용 중 하나다. 소년원생 대상으로 한 연구(정신질환 소년원생의 효과적 처우방안에 관한 연구, 2016)에서 소년원생 정신질환자 비율은 27.3%, 소년원생 전체 징계자 중 정신질환자 비율은 62.2%, 보호관찰 대상 소년 중에선 약 45%가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 금태섭 의원은 소년범에 대한 보호처분 중 치료명령 처분을 추가하자는 소년법 개정안을 냈다. 치료명령은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주취.정신장애자에 대해 처벌이 아닌 근원적인 치료를 통해 재범을 방지하고자 하는 제도인데, 형사처분이 아닌 보호처분 대상 소년에게는 부과할 수 없다.

21대 국회 들어선 지난해 2월 양정숙 의원이 소년범에 대한 보호처분에 치료명령을 추가해 소년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는 이견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해 6월 법제사법위원회 소위 회부 후 별다른 진행이 없는 상태다.

김형선 장세풍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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