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오스트리아 일본 독일 ... 피해자 원치 않아도 처벌

윤 당선인 공약 스토킹 범죄 '반의사불벌죄 폐지' 유력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의 폐지가 유력한 가운데, 오스트리아,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이 잇따라 스토킹에 대한 '친고죄' 규정을 폐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법제정 당시에는 스토킹처벌법을 친고죄로 규정했지만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해 개인의 처벌의사와 상관없이 스토킹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법무부, 반의사불벌죄 폐지 '찬성'= 스토킹처벌법은 제18조에 스토킹범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1항의 일반스토킹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두고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할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해당 조항은 처벌에 피해자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조항이지만 자칫 피해자에 대한 합의강요나 보복범죄로 번질 우려가 있어 폐지 목소리가 높았다.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접근자체가 문제되는 스토킹범죄의 특성상 처벌불원 의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피의자나 피고인측의 접근은 다른 범죄보다도 피해자에게 더 큰 심리적 압박을 주거나 추가적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법조계 지적도 많았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스마트 워치 등을 이용한 위치추적 시스템 개선 등 스토킹·데이트 폭력 피해자 보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법무부는 "피해자가 추가 보복을 우려해 가해자가 요구하는 사건 합의를 거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스토킹범죄의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해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곧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정 당시 '친고죄' 규정 있었지만 결국 삭제 = 우리보다 먼저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한 국가들은 대부분 제정 당시 스토킹을 '친고죄'로 규정한 경우가 다수였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나 독일, 일본 등은 잇따라 친고죄 규정을 삭제해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스토킹을 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추세다. 친고죄란 범죄 피해자 등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다. 일단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되 피해자의 반대의사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와는 다소 다른 개념이지만 형사처벌에 '피해자의 의사'를 중시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오스트리아와 영국의 모든 스토킹 범죄는 비친고죄다. 즉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될 수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2006년 7월 스토킹처벌을 입법화했을 당시 통신 또는 다른 의사소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제3자를 통해 피해자와 접촉하는 형태의 스토킹에 한해 피해자의 고소가 필요한 친고죄로 규정했지만 2007년 법 개정으로 친고죄 조항을 삭제해 모두 비친고죄가 됐다.

독일과 일본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스토킹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했으나, 독일은 2021년, 일본의 경우 2016년 친고죄 규정을 삭제했다. 독일의 경우 스토킹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처벌하지 않는 문제가 제기돼 개인의 처벌의사와 상관없이 스토킹을 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스토킹을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도 많다. 벨기에, 룸셈부르크, 헝가리, 폴란드, 네덜란드는 스토킹을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안성열 기자/변호사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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