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구 200만명 간병에 매여 매년 60조원 손실 … '간병이직' 방지 위한 정부대책 활용도 낮아

일본의 65세 이상 인지증(치매) 인구는 600만명이 넘는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직간접적인 비용만 최소 연간 1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부모 등이 치매에 걸렸을 때 자녀와 친척이 간병이나 요양에 시간을 뺏기면서 정상적인 노동활동에 영향을 받는 데 따른 기회비용이 크다.

일본 정부와 사회는 치매 가족에 대한 간병 등을 이유로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하는 데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대책과 활용은 여전히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아사히신문은 1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6명중 1명이 치매 인구에 해당한다"면서 "이들로 인해 가족에게 전가되는 비용만 12조6000억엔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국제의료복지대학 의학부 이케다 쥰야 교수팀은 지난해 5월 가족에 의한 간병과 공적인 의료 및 요양비 등을 추산한 보고서를 통해 알츠하이머형 인지증 환자에 소요되는 비용만 연간 12조6284억엔(약 119조9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8년 기준 일본의 국민보건보험과 요양보험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했다. 일본 치매 인구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환자는 65세 인구 전체의 10% 수준인 360만명으로 추계된다. 이 가운데 가족이 간병을 담당하는 경우가 259만명에 이르고, 특히 현역 노동인구(20~65세)는 193만명에 달한다.

이러한 기초 통계를 바탕으로 자택에서 가족 간병이 이뤄지는 경우 1주일에 16.6시간, 하루 2.4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간병에 종사하는 사람의 임금 등으로 환산하면 연간 6조7718억엔(약 64조332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공식 의료비 1조734억엔(약 10조1970억원)과 공적인 간병 및 요양서비스 비용 4조7832억엔(약 45조4400억원) 등을 포함한 액수이다. 이를 치매 인구 1인당 나누면 연간 약 350만엔(약 3325만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아사히신문은 "치매 가족은 단순히 생활보조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에서 요구하는 각종 행정절차를 수행하거나 병원에 함께 가는 등 자신의 직장내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면서 "당장은 휴가를 내거나 조퇴를 하지만 아예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에 따른 노동생산성 손실은 연간 9680억엔에 이르고, 장기간 간병에 의한 이직으로 2535억엔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이번 보고서가 2018년 기준이어서 앞으로 치매 인구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이른바 '2025년 문제'라는 국가적, 사회적, 경제적 현안이 대두되고 있다. 전후 베이붐세대를 일컫는 이른바 '단카이세대'가 모두 75세에 이르는 시점이 2025년이기 때문이다. 2025년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가운데 치매 인구는 675만명으로 고령자 5명 중 한 명에 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처럼 고령의 치매 인구 증가는 사회적 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케다 교수는 "지금까지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가족 간병을 금액으로 환산한 소위 '숨겨진 비용'은 대단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19년 '인지증시책추진대강'을 발표하고 "70대의 발병을 10년 동안 1세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특히 가족 간병을 이유로 이직 또는 퇴직하는 현역 노동인구에 대한 지원이나 대책을 내놨다. 후생노동성의 2020년 '고용동향조사'에 따르면 간병이나 간호를 이유로 이직한 사람은 7만명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이들을 위해 1명당 3회까지 통산 93일 휴업이 가능한 '간병휴업'과 1인당 연 5일까지 가능한 '간병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직방지를 지원하는 이러한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담당자나 간병을 해야하는 노동자 모두 이런 제도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상황이다. '일과 간병의 균형을 위한 연구소' 와키 미에 대표는 "정부의 지원제도에 대해 아직 모른다"면서 "사내 연수와 교육 등을 통해 사원들에게 이해시키고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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