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흑해로 옥수수 등 56만톤 수출

러시아 침공 이전 대비 20% 수준에 그쳐

튀르키예 이란 등 독차지, 저소득국 배제

우크라 곡물 싣고 에티오피아 향하는 화물선 |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전세 선박인 레바논 선적 화물선 '브레이브 커맨더'가 16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로 수출할 곡물을 싣고 우크라이나 남서부 오데사주 유즈네항을 떠나고 있다. 유즈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막혔던 흑해 항로가 열리면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됐다. 다만 전쟁 이전에 비해 수출량은 여전히 20% 수준에 그치고, 전쟁 상황에 따라 언제든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출하는 나라도 특정 국가에 집중돼 아프리카 등의 저소득 국가에는 물량이 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밀은 가을 이후에나 본격화할 전망이다.

유엔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등 4자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공동조사센터'(JCC)에 따르면, 흑해 항로가 열린 이후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량은 모두 56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JCC 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모두 21척의 곡물을 실은 화물선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출항 허가를 받았다. 아울러 화물을 싣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배도 15척에 달했다.


조사자료에 의하면 화물선의 목적지는 튀르키예가 26%로 가장 많고, 이어서 한국(22%)과 이란(22%) 중국(8%) 등이 뒤를 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과 옥수수 수출량에서 10% 가량 차지한다. 이에 따라 이번 수출재개로 아프리카와 일부 아시아지역 저소득국가의 식량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식량계획(WFP)이 에디오피아를 지원하기 위해 구입한 밀 2만3000톤은 인접한 지부티항을 향해 출발했지만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의 수출은 극히 적은 수준이다. 품목별로도 아직 옥수수에 집중돼 밀의 수출은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개된 56만톤의 곡물 가운데 옥수수가 45만톤으로 가장 많고, 기타 해바라기 기름과 밀, 콩 등이 차지했다.

부분적이지만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로 국제시장에서 일부 가격 인하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산 옥수수 45만톤은 전세계 수출량의 6% 수준에 그치지만 치솟던 국제 옥수수 가격을 일부 진정시켰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선물시장 가격은 1부셀(약 27㎏)당 6.2달러 수준으로 4월 말 일시적으로 8.24달러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30% 가량 하락했다.

곡물 컨설팅회사 그린카운티사 오오모토 대표는 "현재는 이미 오래전 계약했던 옥수수를 겨우 수출하는 상황이어서 우크라이나는 재고 소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수출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경기둔화로 수요가 하락하면 가격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7~8월에 주로 수확을 하는 밀의 수출량은 4만2000톤에 그쳐 현재는 밀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산 밀의 본격적인 수출은 향후 2~3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가을 호주산 밀의 수확이 시작돼 국제시장에 공급이 풀리고, 여기에 우크라이나산 밀이 추가되면 밀 가격은 현재 부셀당 7.3달러 수준에서 7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전쟁 상황에 따라 우크라이나 내부 작황과 수확량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흑해 항로 주변의 전황도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수 없어 수출량이 전쟁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달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를 받아들여 곡물 수출선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구티에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18일 우크라이나 리비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곡물 수출에 대한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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