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민 이젠파트너스 대표이사, 공학박사

9월 16일 한화솔루션은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경색으로 인한 난방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의 태양광 전력공급 시스템과 삼성전자의 히트펌프를 결합한 태양광 난방시스템 기반 통합 에너지 솔루션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태양광 난방시스템을 통해 에너지비용 절감과 탄소배출량 저감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저탄소 에너지전환'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자동차, 건물 냉난방시스템에 사용하는 개념인 '전기화'는 1970~1980년대부터 에너지 빈곤 국가에서 에너지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전기로 에너지를 단일화하면 에너지 유통 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전기가 최종 에너지 소비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따라 전기화를 통해 친환경 솔루션을 모색하는 것은 일면 타당한 듯 보인다. 특히 주로 가스보일러를 사용하는 유럽 가정에서는 천연가스 연소에 의한 직접 배출을 줄이고자 지열과 공기식 히트펌프의 설치를 권장해왔다.

히트펌프는 전기를 사용하지만 전기 투입 대비 열 공급량이 높다는 기술적 이점이 있다. 성능 계수 COP3.0 히트펌프의 경우 이론상 전기 1투입에 열 3을 기대할 수 있다. 보일러가 효율 개념으로 1보다 작은 데 비하면 획기적인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은 공기열원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인정하면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써왔다. 최근에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사태 등을 대비한 '리파워 EU' 에 따르면 히트펌프 설치를 현재 1700만대에서 2030년까지 5000만대로 늘릴 예정이다.

한국 현실에 맞지 않은 히트펌프 시스템

한국에서도 건물 난방시스템 전기화 수단으로 히트펌프 시스템에 대한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적 기후와 문화 환경적 측면에서 볼 때 이것은 희망적인 기대인 것 같다.

히트펌프 시스템은 말 그대로 열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운반(펌핑)하는 기술이다. 없는 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열원측(실외)의 열 에너지를 수요측(실내)에 퍼나르는 것이다. 건물 내에 난방을 위해서는 실외 공기의 온도가 히트펌프의 냉매 온도보다 높아 열교환이 되어야 실내로 열을 공급할 수 있다.

세계적 탄소중립 정책을 주도하는 국가들이 위치한 중부 유럽은 겨울에 영하로 내려가는 기간이 길지 않다. 히트펌프의 운전 조건이 좋은 환경이다. 한국의 겨울은 월평균 -5℃ 이하이며 혹한기 때는 -15℃까지 내려간다. 히트펌프가 성능 계수 3.0으로 운전되다가 0.5 이하로 갑자기 떨어질 경우 지역 전력망에 걸리는 부하 패턴은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의 주택은 복사난방 방식인 온돌이어서 일반적인 공기를 데워서 방을 따뜻하게 하는 방식보다 온수의 요구 온도가 더 높다.

태양광 난방시스템은 낮에 발전한 전기를 야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장장치가 추가로 필요하다. 한화큐셀의 태양광 난방시스템에서도 이 전기 저장장치가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저장장치가 어느 정도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따라 크기가 결정되게 되는데, 저장장치가 커지면 투자비용과 설치 공간이 늘어난다.

아직 건물용 전기 저장장치의 안정성과 상용화 수준이 초기여서 시장 수용성은 불확실하다. 이 값비싼 장비의 설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건물의 구조체 열성능을 높혀 난방부하를 줄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태양광, 히트펌프, 전기 저장장치, 고단열 건물 외피 구조체,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모두 갖추어야 태양광 난방시스템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스보일러 한 대가 한 일을 대체하고자 구상한 이런 친환경 혁신 제품과 서비스가 일반 시민들에게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기후변화 대응 위한 창의적인 대비 절실

유럽의 탄소중립 정책 입안자들이 제시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솔루션들은 항상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에너지 안보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재생에너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단순한 열정으로 또다른 이상적인 솔루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다.

현재의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는 그들의 관점과 자세를 보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 적지 않다. 올 겨울 에너지 위기는 국제적인 경제전쟁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한국의 창의적이며 대범한 대비가 절실히 요구된다.

김재민 (주)이젠파트너스 대표이사,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