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소시효 25년 연장 전 범죄 …"재판시효도 개정전 15년 적용"

폭력조직원이 폭력 혐의로 재판을 받다 도주해 20년 만에 대법원에서 면소(공소권이 없어져 재판을 면하는 것) 판결을 받았다. 기소된 지 25년 동안 재판이 확정되지 않으면 공소시효가 완료된다는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기소 당시 15년이었던 공소시효로 죄를 물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면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1999년 경남 창원에서 폭력조직을 결성하고 상대파 조직원을 납치해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00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2002년 5월 1차 공판기일을 열었지만, A씨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후 A씨 도주로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다. 법정 형이 장기 10년 이상일 경우 면소나 공소기각 사유가 있지 않는 이상 공판기일 진행이 불가능하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19년 법원은 면소 판결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A씨 없이 재판을 재개했다.

재판에서 쟁점은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취지로 형사소송법이 2007년 개정되면서 재판시효도 함께 바뀌었는데, 개정 전에 발생한 범죄의 재판시효는 변경 전 법을 따라야 하는지 변경된 법을 따라야 하는지 여부다.

형사소송법은 2007년 개정되면서 공소시효를 연장하고, 재판시효도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다. 재판시효는 피고인이 소재불명 등으로 영구미제가 되는 사건을 종결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형사소송법 249조 2항에 따르면 공소가 제기된 범죄는 판결의 확정이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25년을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처우를 막기 위해 형사소송법 부칙에는 '개정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에 관한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의 '공소시효에 관한 경과조치'가 포함됐다.

1심은 공소제기로부터 15년이 지났기 때문에 면소 판결이 명백할 경우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공판을 재개해 2019년 6월 면소를 선고했다. 공소시효에 관한 경과조치가 재판시효에도 적용된다고 판단하고 2007년 이전에 발생한 A씨 사건은 재판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이 부칙에 대해 "공소시효에 대해 적용될 뿐 '재판시효'에는 적용될 수 없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법 문언과 개정 취지를 종합하면 공소시효에 관한 경과조치의 종전의 규정에는 재판시효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 범한 죄에 대해서는 부칙에 따라 공소시효 15년이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된다. 원심판결에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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