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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경제시평]

'잃어버린 40년' 향해가는 일본

등록 : 2022-09-23 11:55:14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

일본 엔화가 올 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급락세를 보이면서 원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 불황이나 위기 때마다 엔고 현상이 나타났던 것과 비교하면 엔화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만성적인 임금 부진 현상이 지속되고 가계는 실질임금이 하락하면서 생활물가상승에 고전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일본경제는 수년 내에 독일에 추월당해 세계 4위로 밀릴 수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의 거물급 경제인인 오릭스의 미야우치 요시히코 시니어 체어맨이 "잃어버린 40년을 향해 일본경제의 한쪽 다리가 들어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닛케이, 2022. 9. 8.)

일본, 수년내 독일에 추월당해 세계 4위로 밀려날 우려

일본경제는 2차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산업시설을 복구하면서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하고 2번의 유가파동과 초엔고를 극복해 세계 최대의 순채권국으로 도약하는 등 놀라운 위기 돌파력을 보였다. 그러던 일본경제가 1990년대 초에 발생한 버블 붕괴 이후의 장기저성장이라는 고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경제인의 성토가 나올 정도가 된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야우치 시니어 체어맨은 "일본정부가 과거 20년간 대폭적인 금융완화에 의존하는 정책을 실시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과거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일본정부도 그동안 구조개혁에 주력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버블 붕괴 이후 고도경제성장을 뒷받침해왔던 성장중시 경영을 주주의 이익을 고려한 수익중시 경영으로 혁신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제를 약화시켰다.

원래 일본경제는 메이지유신 이후의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재벌을 중심으로 한 주주자본주의가 강한 시스템이었으나 2차세계대전과 전후의 민주화 개혁으로 주주 권한이 약해졌는데 이를 다시 강화하는 개혁을 실시했던 것이다. 버블 붕괴 이후의 구조개혁은 성장지향의 투자 확대 시스템이 갖는 과잉투자 경향을 억제하고 수익을 중시하고 고용의 유동성을 높이려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최근 엔저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늘어나지 않고 일본경제의 활력도 약해지고, 무역수지 적자를 심화시키면서 엔저 압력을 더욱 고조시켜 일본경제의 국제적 위상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구조개혁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수시로 수정하면서 최적화하는 기능이 약해서 각 분야의 세부적인 정책이 서로 유기적인 연결과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고용의 유연성 제고를 목표로 한 정책이 근로자 해고의 자유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 고도의 스킬, 높은 임금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위한 기반 조성에 미진했다. 그 결과 기업과 근로자 양쪽의 불만, 삶의 질 악화라는 부작용이 확대됐다. 근로자가 전직하면서 높은 임금을 확보하기 쉬운 환경을 우선적으로 정비했어야 했다. 또 평생교육 기반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장기계획을 추진하면서 고용의 유연성을 확대했어야 했다.

한국도 국민행복 기초로 경제발전 단계 맞는 구조개혁 필요

일본의 최근 어려움은 에너지 전환시대에 각종 자원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이를 뛰어넘는 부가가치를 창조하지 못하면 제조 강국도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심각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근본적으로는 국민행복을 기초로 경제발전 단계에 맞는 체계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노동력의 고도화, 이를 기반으로 한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신산업의 창조, 성장 잠재력의 제고, 서민과 근로자의 사기 진작 등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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