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언론인, 전 한국일보 주필

전세계 바다에서 1년 동안 잡히는 상어는 약 7300만마리라고 한다. 상어 지느러미는 인기 있는 중국요리 '샥스핀'의 식재료다. 거의 중국인에게 포획되는 이 상어들이 얼마나 합법적으로 잡히는지는 잘 모른다. 지금이라도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어부들이 상어를 배에 건져올린 후 지느라미를 잘라내고 몸통을 바다에 다시 던져버리는 기이한 조업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심층보도한 중국 원양어업 선단이 남아메리카 해역에서 벌이는 고기잡이 규모와 조업 행태를 보면 놀랍다. 중국 어선들은 20여척씩 선단을 형성해 계절따라 이동하는 참치 오징어 등 어류떼를 쫓아 에콰도르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인접 해역을 누비며 싹쓸이어업을 한다는 것이다.

중국 어선들은 200해리 경제적 배타수역을 지키며 합법적 어로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공위성 추적에 의하면 어선들이 경계선을 수시로 침범하고 보호어종을 남획하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진다. 희귀동식물로 유명한 갈라파고스 제도(에콰도르 영토) 해역은 중국 어선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무려 300척이 몰려든다. 2017년 에콰도르 해안경비대는 중국의 냉동운반선을 나포해 불법으로 잡은 상어 6620마리를 압수한 적이 있다.

이들 선단은 중국 항구를 떠나면 2년 이상 바다 위에서 쉬지 않고 조업한다. 수천톤의 냉동저장고를 갖춘 대형 운반선이 어획물을 중국으로 실어나르고 연료와 식품 등 필요한 물자를 어선에 보급하는 모선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5년 간 중국 원양어선들의 조업시간은 여타 국가의 조업시간을 합친 것보다 4배나 많은 것으로 어업 감시기구가 밝혔다.

'전세계에 그물 던지는' 중국 어선들

중국은 21세기 들어서면서 남중국해 등 근해 어족자원이 고갈되자 늘어나는 원양어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금 3000여척의 중국 어선들이 비슷한 어로 행태로 5대양을 누빈다고 한다. '전세계에 그물을 던진다'는 뉴욕타임스 기사 제목이 매우 상징적이다. 촘촘히 근거를 제시하며 어로 활동 자체에 초점을 맞췄지만 중국의 해양굴기를 연상하게 했다.

16일 열린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당 총서기의 3연임이 확정된다. 시진핑이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처음 선출되고 난 얼마 후인 2013년 그는 당 정치국원들에게 '해양 초강대국'의 지침을 내렸다. 그는 역사상 초강대국들이 바다를 지배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의 힘과 안보에 가장 중요한 것이 세계 최대 해운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서방의 해운 전문가들은 시진핑의 꿈은 그의 집권 10년 동안 실현됐다고 평가한다. 모든 해운 및 조선 건조 통계가 이를 입증해준다. 오성기를 단 수천척의 상선이 중국의 공급망 통제 아래 있는 제품과 소재를 싣고 세계의 뱃길을 메우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바다의 세계화를 촉발한 해운업계의 총아다. 2차대전 종전 한참 후 미국에서 창안된 컨테이너선은 원래 미국-유럽항로를 겨냥했으나 일본 한국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의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아시아 항로에서 더 번창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컨테이너선의 패권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중국은 상업 선박 건조에서도 압도적이다. 작년 말 중국 조선소가 수주한 상업선박은 1500여척이 넘었다.

미국의 해운 및 해군 전략분석가들은 중국 해운업의 압도적 우위에 큰 경계심을 갖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 정책으로 중국이 전세계에 걸쳐 항만과 물류터미널 등 해상 인프라 소유권을 확보했으며 몇개의 미국 터미널도 중국 해운계의 수중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해운을 통해 물류이동에 관한 데이터를 지배하게 되는 것은 상업적으로뿐 아니라 전략적으로 미국과 서방 국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이 전세계의 물류이동을 세밀히 들여다 볼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군사기지를 두고 세계전략을 펼치는 미국은 군사장비 등 군수물자 수송을 일반 상선에 상당량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미국 의회도 경계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시진핑 체제 이후 해군력 급속 팽창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만통일을 향한 시진핑의 언급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해군력 증강에 놀라운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시진핑 체제 이후 항공모함 3척이 진수되는 등 중국의 해군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로 유럽부흥개발은행 초대 총재를 지낸 자크 아탈리는 그의 2021년 저서 '바다의 시간'에서 "세계 역사 전개는 평원에서 펼쳐지는 사건으로 읽으면 안된다. 바다와 항구를 통제하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런 교훈을 이미 아는 듯 해양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세기 언젠가 중국 해군함이 요즘 어선들처럼 남미 해역에 출몰하는 일을 상상해본다. 그게 지구촌을 위해 좋은 일인지는 모르지만.

김수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