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확산 … 트럼프, 힙합가수 카녜이 웨스트 탓

차기 대선도전 의지를 밝히고도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백인 우월론자와 만찬 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애사 허친슨 아칸소 주지사는 27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국가나 당에 모범이 돼야 할 리더가 스스로 인정한 인종주의자 또는 반유대주의자와 만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며 "그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12월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래퍼 예(카녜이 웨스트)와 만남을 가진 뒤 기자들 앞에 나타난 모습. AFP=연합뉴스


그는 또 "그것은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그런 이들을 만날 때 힘을 실어주게 되는데, 피해야 할 일"이라며 "그들로부터 멀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대선 출마를 저울질 중인 허친슨 주지사는 "우린 언젠가 트럼프가 말하고 행동했던 것에 대해 대응하지 않아도 되길 원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일주일만인 지난 22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최근 유대인 혐오 발언으로 비판받는 미국의 힙합 가수 '예'(카녜이 웨스트)와 백인 우월론자 닉 푸엔텐스와 만찬을 함께 했다.

이 만찬에 대해 논란이 일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그날 만찬은 예와 예정된 것이었고 푸엔테스와는 모르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만찬 과정에서 트럼프는 "나는 푸엔테스가 정말 좋다. 그는 나를 사로잡았다"는 전언까지 나온 상태다.

푸엔테스는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백인우월주의자 유혈 폭력집회에 참석한 뒤 극우세력 사이에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당시 대통령이던 트럼프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편드는 듯한 발언을 해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25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홀로코스트 부인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인 푸엔테스는 최근 몇 주 동안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혐오스러운 언어를 공개적으로 사용하며 군대를 흑인 지역으로 파견하고 유태인들이 나라를 떠날 것을 요구했다.

또 만찬 참석자인 힙합가수 예는 최근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각종 광고에서 퇴출당한 상태다.

허친슨 주지사는 "내가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마지막을 만났을 때 무장대치 상태였고 나는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다"며 "우린 그들을 체포했고, 기소해 감옥에 보냈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린 그러한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런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트럼프 시대를 넘어 당의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코머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도 이날 NBC에 출연해 "나는 푸엔테스는 물론 예와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누구와 식사를 할지 더 나은 판단이 필요하다고 비난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이것은 도널드 트럼프의 판단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또 다른 예일 뿐이며, 과거의 형편없는 판단력과 결합해 그를 2024년 공화당 후보로 지지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해당 인사를 힙합 가수 '예'가 데려왔다고 거듭 해명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나는 사업뿐만 아니라 사실상 대부분의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에게 필요한 조언을 하고 돕기 위해 그의 단독 면담 요청을 응했다"면서 "그는 다른 3명과 함께 왔는데 그중에 둘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내가 수년간 보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예'에게 시간 낭비이고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출마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예'는 면담 후 올린 트위터에서 자신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리를 지르고 흥분하며 "너는 선거에서 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러닝메이트가 돼 달라고 하자 그가 심하게 동요했다고 주장했다.

정재철 기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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