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그룹 그룹장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 조치가 해제된 이후, 다시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예전처럼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어느새 많은 부분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모두가 예측했던 대로 온전하게 과거의 모습 그대로의 회귀는 아니다.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출퇴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재택근무의 장점을 알게 되었고, 클릭 몇번만으로 생각보다 다양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소비자들은 그 어느때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다.

2년간의 팬데믹으로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면서 브랜드가 소비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었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소비를 이어가게 되었다. 팬데믹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업들이 TV나 디지털 등 영상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기보다 고객들이 브랜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많은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다.

사실 체험마케팅은 이미 20여년 전에 마케팅 업계에서 큰 화두였고 후각 시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 경험에 초점을 맞췄으나 오늘날의 체험마케팅은 이런 감각 차원을 넘어 시공간을 초월해 브랜드를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팝업 스토어, 가장 주목받는 마케팅 활동

2022년 가장 주목을 받은 마케팅 활동은 팝업 스토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신상품을 홍보하고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목적의 팝업 스토어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의 팝업 스토어들은 철저하게 브랜드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지난 10월말부터 11월초까지 더현대서울에는 락앤락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기능성 주방용품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락앤락이 밀레니얼과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픈한 이 팝업 스토어는 '락앤락텀블러와 즐기는 일상'을 컨셉으로 감각적인 인스타그래머블 공간을 구성한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해 더현대서울을 방문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소셜미디어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올해 이밖에도 성수 청담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수많은 팝업 스토어가 생겨났다. 이러한 인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노션 인사이트그룹이 발간한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3'에서는 팝업 스토어가 소위 '핫플'이 된 이유가 한정판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를 즐기는 MZ세대를 위해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한정된 기간 동안에만 누릴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코로나19 이후 새롭고 특별한 놀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기업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디오 성수나 시몬스 그로서리 같이 주목받는 팝업 스토어들은 자발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오픈런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기업마케팅 '메시지전달'에서 '경험'으로

이제 기업의 마케팅은 고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