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 왜 합의했냐" 뒤끝

김은혜·대검 등 잇단 '공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내 최다선(5선)이자 원내대표만 세번째다. 정책위의장과 비대위원장을 거쳤고 특임장관도 지냈다. 당내에서 경륜으로는 견줄만한 사람이 없다. 더욱이 독실한 불교신자이자 두주불사 체질로 인맥도 넓고 깊다. 그만한 원내대표감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내 주류인 친윤이 잇달아 '주호영 흔들기'에 나서면서 주 원내대표가 뜻하지 않게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서 발언하는 주호영ㅣ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29일 친윤은 야당의 이상민 행안부장관 해임건의안 발의를 이유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보이콧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정조사는 주 원내대표가 주도해서 야당과 합의한 사항이다. 친윤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애초부터 이태원 사고의 진상규명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윤석열정부를 흠집내고 흔들려는 목적에만 매달려 왔다. 그런 목적의 국정조사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친윤은 애당초 국정조사를 꺼렸는데 주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친윤은 국정조사 국회 표결에서도 반대나 기권, 불참을 통해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친윤이 국정조사 보이콧으로 당내 의견을 몰아가면 국정조사 합의를 주도한 주 원내대표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만약 자신이 합의한 국정조사를 자신이 뒤집는 처지가 되면 그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친윤은 김은혜 퇴장 사건 때부터 주 원내대표를 노골적으로 흔들었다. 김 홍보수석의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가 공개되는 바람에 국회 운영위에서 퇴장 당했는데 친윤은 퇴장조치를 한 주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물은 것. 김 홍보수석의 퇴장은 대통령실·당사자와 사전조율한 끝에 주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으로서 형식적 명령을 내렸을 뿐인데 친윤은 "주 원내대표가 과도한 조치를 내렸다"고 몰아갔다.

친윤은 국정조사 대상기관에 대검찰청을 넣은 것을 놓고도 주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떠밀었다. 당초 합의문을 내부 조율하고 합의했을 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이튿날 "왜 대검을 넣었냐"며 달려든 것. 주 원내대표로선 황당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친윤이 최근 잇따라 '주호영 흔들기'에 나서면서 경륜의 주 원내대표도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결국 주 원내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윤심'(윤석열)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친윤의 흔들기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주 원내대표가 최근 억울하게 여러번 공격 받았다"며 "원내대표 자리라는게 모든 이의 박수를 받기는 어려운 자리지만 (친윤의) 흔들기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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