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단골공약, 불용액 가능성

사업비 줄였지만 감감무소식

충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서해안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사업이 3년째 예비타당성 조사만 벌이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반복적인 예고에 지쳐가고 있다.

29일 충남도에 따르면 서산·태안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사업 예비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올해도 나오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0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했으니 3년째다.

올해 조사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국회가 정부예산에 포함시킨 실시설계비 35억8000만원은 한푼도 쓰지 못하고 불용액으로 처리될 상황이다.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사업은 충남도 민선 6기 때부터 제기된 사업이다. 충남 서해안 서산시와 태안군 6개 읍면지역에 둘러싸인 가로림만은 세계 5대 갯벌이면서 국내 최초·최대의 해양생물보호구역이다. 환경가치평가 전국 1위는 물론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건강도 상위권이다. 하지만 그동안 간척·매립, 폐수 유입 등으로 수질이 지속적으로 악화됐고 조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간 갈등이 발생하는 등 난개발로 인한 해양생태계 훼손이 끊임없이 우려됐던 곳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이다. 갯벌과 해양생물 등 환경과 생태를 살리고 이를 관광자원화해 지역발전도 모색하자는 제안이다. 해양정원센터 건설, 오지리갯벌 생태계 복원, 갯벌정원, 해양생태학교, 점박이물범 전시홍보관, 등대정원 등이 포함됐다.

해당 사업은 2017년 문재인 후보가 대선공약에 포함시키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20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진행되지 못했다. 2021년 조사에 속도가 나기 시작했지만 지역에서 기대했던 결과는 연말까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국회가 2022년 예타 통과를 전제로 정부예산에 실시설계비 35억8000만원을 포함시켰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시작했다. 이 사이 충남도는 경제성을 고려해 사업비를 2448억원에서 1577억원으로 줄였다. 충남도는 올해 11월까지 마무리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지역에선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사업 예타가 이처럼 늦어지는 이유를 해양정원 조성이라는 특수성에서 찾는다. "해양정원 조성의 핵심이 갯벌을 잘 보존하는 것인데 이것을 경제성으로 평가하려니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전례를 찾기도 어렵다.

일단 충남도는 올해 예타 재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실시설계비 35억8000만원은 내년도 예산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이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올해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내년도 예산에 다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숙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가로림만은 조력댐 건설문제로 지역주민간 심각한 반목과 갈등이 있었던 곳"이라며 "해양보호구역이라는 방패막이 있지만 여전히 외부의 이러저러한 움직임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사무국장은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사업은 정부가 대를 이어 지역 대표공약으로 삼을 만큼 중요한 사업"이라며 "정부가 하루빨리 결정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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