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기준 따라야" … 미국·영국·독일 "국민이 하는 말 들어야"

최근 중국 전역으로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는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 이른바 '백지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과잉대응에 대해 유엔과 서방세계에서 인권과 평화적 시위 등을 언급하며 훈수를 뒀다.

28일(현지시간) 한 방역요원이 중국 베이징의 봉쇄된 주택지구 입구를 지키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또다시 곳곳에 봉쇄 조처를 내리자 시민들은 상하이, 베이징, 우한 등지에서 봉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제러미 로런스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우리는 중국 당국이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토론을 허용하면 공공정책을 더 잘 이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에 대응하는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면서 "시민의 권리를 제한할 때도 과학적 근거를 두고 비차별적으로 해야 하며 기간을 제한하는 등 권리를 보호할 장치를 두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도 거들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8일 "모든 사람은 중국을 포함해 미국과 전 세계에서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가 있다"면서 "중국이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전략'으로 코로나19를 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날인 27일에는 아시시 자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전략이 비현실적"이라며 "이를 통한 코로나19 억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흐름에 영국과 독일도 가세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 정부에서 반대하는 시위는 드문데, 그런 일이 일어나면 세계뿐만 아니라 중국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인들 스스로 중국 정부가 부과한 규제에 관해 깊은 불만을 가진 게 분명하다"며 "중국 정부는 국민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이날 도이체벨레와 인터뷰에서 "베이징과 여러 도시에서 우리에게 도달하는 장면들은 마음을 동요하게 한다"면서 "독일에서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싸움이 아주 많은 사람을 극도로 사면초가에 몰리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훨씬 엄격하고, 오늘까지 지속된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조처가 중국인들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일지는 짐작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의 이번 시위는 지난 24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 아파트에서 화재로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우루무치는 지난 8월부터 방역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 지역이 봉쇄된 상태인데 이로 인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시위로 이어졌다. 시위는 곧바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우한 등으로 번지면서 봉쇄 중심의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백지 시위는 검열에 저항하는 의미로 아무런 구호도 적지 않은 A4용지와 같은 빈 종이를 드는 시위로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때도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공안은 이들을 체포하고 있고 상하이에서는 경찰이 현장을 취재하던 BBC 기자를 수갑 채워 폭행했다는 기사도 나오는 등 중국 당국의 대응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시위대 가운데는 '시진핑 물러가라', '봉쇄 대신 자유를 원한다'는 등의 강도 높은 구호까지 등장하고 있어 중국 당국의 정책변화 등 태도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중국에서는 지역 자체를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3년 가까이 이어가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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