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놓고 '윤심'에만 촉각 … '친윤' 모임 발족

이준석 축출·지방선거 공천 "'윤심'이 배후" 의심

유승민 "대통령, 경선·공천·선거개입 절대 안돼"

1990년대까지만해도 대통령이 집권여당 총재를 겸직했다. 여당은 대통령실의 국회출장소에 머물렀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면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외형적으로나마 '수평적 관계'가 됐다.

'친윤' 주축 여당 공부 모임 '국민공감' 출범ㅣ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공부 모임 '국민공감'이 7일 출범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출범 기념 첫 모임에서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대통령실이 여당을 지휘하는 '수직적 관계'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의 일거수일투족에 '윤심'이 작용한다는 관측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은 7일 '윤심'을 놓고 온종일 티격태격했다. 최근 윤 대통령을 두차례 만난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일부 당권주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다들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발언하면서 '윤심' 공방이 시작됐다. '윤심'이 한동훈 법무장관에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당권 도전에 나선 김기현 의원과 독대만찬을 가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윤심'에 대한 또다른 해석이 나왔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은 7일 "(주 원내대표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표현에 윤심이 담겼다고 하는데, 대통령께서는 우리 전당대회 후보들을 두고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윤심' 공방은 진실게임으로 번졌다.

이날 친윤계는 여당 의원 71명(전체 1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모임 '국민공감'을 출범시켰다. 친윤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여당내 최대 계파모임을 만든 것이다. '윤심'이 '국민공감'을 통해 전당대회를 비롯한 여당 대소사에 깊숙히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동아일보는 여권 핵심관계자발로 "윤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관심 있는 이들이 당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여권 내부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당권 도전 자격까지 '설계'한다는 의구심이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윤 대통령은 3.9 대선 직후부터 당무에 개입한다는 논란을 빚었다. 이준석 전 대표 축출이 대표적이다. 이 전 대표 징계는 당 윤리위가 주도했지만, 배후는 '윤심'이라는 추측이 당 안팎에서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졌다.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여당 대표를 쫓아내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6.1 지방선거 공천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샀다.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천공 의혹'을 제기했던 유승민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경선에 출마하자, 윤 대통령 측근인 김은혜 전 의원이 경쟁자로 나섰다. 윤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김 전 의원은 유 전 의원을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 유 전 의원은 당시 SNS에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며 '윤심' 개입을 비판했다. '윤심'은 다른 단체장 공천에도 '보이지않는 손'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이 여당 당무에 관여하는 장면이 잇따르면서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에 '건전한 긴장관계'가 형성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여당이 대통령실에 바닥민심을 전달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관계로 전락할 위기라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직후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실에 이상민 행안장관 문책을 건의했다가, '윤심'이 문책 거부임을 확인한 뒤에는 입을 닫아버린게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의 '수직적 관계'를 입증했다는 지적이다.

'윤심'이 여당 대소사에 작용하는데 대한 견제도 나온다. 당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7일 "대통령도 사람이고 또 정치인이기 때문에 본인 생각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간 이상은 경선 개입, 공천 개입, 선거 개입 이거는 절대 하면 안 되는거다. 윤 대통령 본인이 과거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할 때 전직 대통령이 경선 개입, 공천 개입 이것 때문에 지금 2년 실형을 받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경선에서 "윤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고 주장했던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 개입 가능성에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유 전 의원은 "경선 개입, 공천 개입, 선거 개입 이거 얼마나 중대한 불법행위인지 대통령께서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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