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수십만명 '혹한'

중소·창업사로 인재들 몰려

미국의 테크업종과 금융계, 부동산업계, 온라인 상거래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지난해 여름 감원 태풍에 이어 겨울철 감원 눈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반면, 스타트업 기업들은 대량 감원에 몰린 테크업종 인재들이 대거 몰려들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테크업종에서는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가 1만1000명, 온라인 쇼핑 공룡인 아마존이 1만명을 해고했고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후 전체직원 7500명 가운데 64%나 되는 4800명을 내보내고 자신도 CEO에서 후임자를 찾는 대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회사인 세일즈포스는 2500명을, 스냅챗은 1280명을 감원했다.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은 월가의 투자은행들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올 1월까지 전체의 8%인 40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크레딧스위스는 2700명, 모건스탠리는 1600명, JP모건 체이스는 1000명씩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주택시장의 급속 냉각에 직격탄을 맞은 온라인 모기지 업체인 베터닷컴은 4000명을 정리해고했고 팬데믹에 따른 재택근무 확대로 반짝했던 실내 운동기구 회사 펠로톤 역시 4000명을 감원했다. 온라인 카딜러인 카바나는 올해 두차례에 걸쳐 1500명과 2500명을 줄였으며 암호화폐 부진여파로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1000명을 내보냈다.

전통 대기업 중에서도 포드자동차는 일손이 30% 적게 필요한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기 위해 3000명을 줄였으며 지프와 크라이슬러, 다지를 생산하는 스텔란티스도 1350명 감원을 발표했다. 월마트는 1700명, 대형 가구업체인 유나이티드 퍼니쳐는 2700명, 의류회사인 H&M은 1500명, 배달업체인 도어대시는 1250명을 해고하는 등 대기업들의 감원 태풍이 각계를 덮치고 있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아직 3.7%의 실업률과 한달 26만개 이상의 일자리 증가로 양호한 편이지만 대기업들의 대량 감원이 중소업체들에 여파를 미칠 수 있어 2023년 새해에 고용시장이 크게 흔들리지나 않을까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테크업종 대기업에서는 2022년 한해 15만명이 정리해고된 것으로 집계됐으나 상당수 중소업체와 소규모 스타트업은 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미 CNBC방송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는 테크업종에서 퇴출된 고급인력, 기술인재들이 곧바로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스타트업회사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 밸리를 비롯한 미국의 테크업계에서 당초 겨울철은 한산한 편이었으나 올 겨울에는 대기업에서 나온 인재들을 잡거나 소개하려는 리쿠르터들이 매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이 방송은 밝혔다.

특히 중소업체들과 창업회사를 운영하는 CEO들은 "지난해만 해도 고급 인재들을 놓고 페이스 북과 애플, 구글, 아마존 등과 감히 경쟁할 생각조차 못했으나 지금은 이들에게 쉽게 접근해 끌어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보안업체인 엑스펠은 앞으로 수개월간 480명을 고용할 계획인데 대기업에서 나오는 인재들을 지켜보면서 리쿠르터들에게 영입을 부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리아나 벨이라는 한 여성은 실리콘 밸리의 클라우드 기반 판매소프트웨어 회사로 유명한 세일스포스에서 해직되자마자 리쿠르터로부터 연락을 받았으며 곧바로 소송 소프트웨어 회사인 에버로에 취업해 만족스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나온 인재들은 비록 규모가 비교도 안되게 작은 중소업체나 스타트업일지라도 근무여건이 더 유연하고 자신이 회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느낄 수 있어 재취업에 만족해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