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1965년 이후 양국간 무역과 관련한 자료를 급히 살펴봤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들어가니 국가별 무역통계가 마침 1965년부터 시계열로 잘 정리돼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 57년간 일본과 무역거래에서 7000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보였다. 정확하게 8271억5590만달러를 수출하고, 1조5204억3090만달러를 수입해 6932억7499만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평균 환율(1292원)로 환산하면 895조7113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우리나라 명목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우리는 한 해도 일본에 대해 무역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대일본 무역적자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벌어들인 규모와 거의 일치했다. 중국과는 1980년대부터 무역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지난해까지 6980억6372만달러의 흑자를 보였다. "중국에서 벌어서 일본에 고스란히 내줬다"고 평가해도 과하지 않다는 게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대미 무역흑자(3583억4958만달러) 등을 통해 대외거래에서 약간의 플러스를 유지해 온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일본의 기습공격에 맞서 소부장 자립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일부 소재와 부품에서 성과를 냈다고 해도 소부장 산업의 대일본 의존적 관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아무리 자화자찬해도 경제는 수치로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241억달러)는 수출보복이 있었던 2019년(-192억달러)에 비해 더 늘었다. 적자의 대부분은 소부장에서 나왔고, 우리는 일부 농산품 등에서 흑자를 봤다. 일본 앞에만 서면 한국은 1차산업국가로 전락하는 꼴이다.

정부가 어제(6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의 피해배상과 관련한 해법을 내놨다. 일본측 반성과 배상이 없는 '반쪽 해법'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인 결단"이라고 말했다.

경제는 성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미중간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은 반도체에 대한 옛 영광을 부활하겠다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삼전도의 굴욕에 버금가는 치욕"이라는 야당과 피해자의 비판을 실력과 실적으로 입증해야 할 과제는 이제부터 온전히 윤 대통령의 몫이다.

그만큼 이번 결정은 엄중하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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