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산물 수입·원전 오염수 방출되면 민심 악화 가능성

윤 대통령, 대국민 설득 무위로 … '제2광우병' 재연될수도

한일정상회담을 겨냥한 여야의 여론전이 첨예하게 맞붙은 가운데 향후 여론의 변곡점은 '일본산 멍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과 원전 오염수 방출이 여론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란 얘기다. 여론은 정치·사회적 이슈보다 건강권 침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권이 여론의 건강권 침해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할 경우 '제2의 광우병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캠페인 |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세계 물의 날 기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23분에 걸쳐 한일관계 복원의 불가피성을 설파했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것.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는 함께 노력해 함께 더 많이 얻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야권을 겨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까지 대국민 설득에 나섰지만, 여론은 탐탁치 않은 반응이다. 비판적 여론을 업은 민주당은 23일 "윤 대통령이 계속 친일·굴종의 길을 걷는다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다"며 윤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여론이 악화되자, 오는 27일 일본을 방문하려던 국민의힘 초선의원 30명은 방문을 연기하기도 했다.

향후 여론의 향방은 일본 수산물 수입과 원전 오염수 방출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인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은 여야 지지층에 따라 찬반이 엇갈린다. 하지만 국민 건강권이 달린 수산물 수입과 원전 오염수 방출은 이념 성향에 상관없이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본 언론은 한일정상회담에서 원전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정상간에 나눈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여론의 우려를 의식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있다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일본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멍게란 단어는 나온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일본 정부는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협조해달라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국제 규정을 지켜야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윤 대통령이 멍게를 비롯한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를 일부 철폐하거나 오염수 방출을 방관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면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윤석열정부가 한일관계 복원에만 매달려 국민 건강권을 무시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정부는 광우병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강행했다가 '소고기 촛불'을 자초했다. 당시 이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20%대 초반까지 추락했고 이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해야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3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허가도 심각하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권이 달린 문제를 국민에게 '공개할 수 없다'며 감추기 급급하니, 이런 정부의 태도야말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은 막지 못하고, 후쿠시마산 수산물은 국내 식탁에 오를 상황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부지 안 탱크에 담긴 오염수를 바다 근처까지 옮기는 공사를 오는 6월까지 끝낼 예정이다. 공사가 끝나면 곧바로 오염수를 방출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가 한일관계 복원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늘리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6월로 예상되는 오염수 방출을 겨냥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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