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글로벌표준은 한·미·유럽의 CCS … 중·일 공동개발, 신흥국시장 공략 채비

글로벌시장에서 전기차보급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급속충전 편의성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와 미국·유럽이 사용하는 전기차 급속충전 표준 규격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았지만, 중국·일본이 힘을 합쳐 역습을 시도하고 있다.

27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내놓은 '전기차 급속충전 규격 표준화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급속충전 표준규격은 미국·유럽·우리나라의 CCS(Combo), 일본의 차데모(CHAdeMO), 중국의 GB/T, 테슬라의 독자규격이 병존한다.

충전기와 전기차에 적용된 규격이 다른 경우 호환성 문제로 충전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호환 장비 구매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각국은 제조사, 충전소 사업자, 전기차 보급 현황 등을 고려해 자국의 표준 규격을 선정하고 중점 지원하고 있다.

초기에는 최초 개발된 차데모의 시장 점유율이 높았지만, 일본이 전기차 개발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미국·유럽·우리나라의 CCS가 역전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CCS의 글로벌 충전기 시장점유율(금액 기준)이 2021년 38.7%에서 2025년 44.9%, 2027년 48.0%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차데모는 같은 기간 27.5%, 21.5%, 18.5%로 감소할 전망이다.

테슬라의 경우 유럽에서는 CCS와 호환성을 확보했고 미국에서는 배타적 전략을 고수했지만 '국가 전기차 인프라(NEVI)' 사업의 보조금 요건 충족을 위해 CCS와 호환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일본과 중국은 함께 차데모와 GB/T의 단점을 보완한 차오지라는 새로운 급속충전 규격을 개발해왔으며 2022년 실증을 시작했다.

또 일본 차데모 협의회는 인도의 독자 충전규격 개발을 지원해 차데모의 영향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고, 러시아는 CCS의 경우 EU의 수출 제재로 활용도가 떨어져 GB/T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GB/T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서현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차오지가 표준 판도를 뒤집긴 어렵지만, 신흥국 시장 내 인프라 구축이 우리 기업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국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공급망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인 CCS 규격 보급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국제협력을 통해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흥국은 장기 전략없이 가격에만 근거해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GB/T나 차오지 규격이 주류가 되면 우리기업 전기차 진출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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