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통계조작 관련 감사에 '맞불'

법사위원들 "유병호 사무총장 직위해제"

감사원이 야당의 총공세에 둘러싸였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감사원의 강도 높은 감사가 진행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의 직권남용을 금지하는 법안 발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유 사무총장의 직위해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27일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감사원의 정치감사, 기획감사를 주도한 유 사무총장을 그 직위에서 해제시키고 징계절차에 착수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 사무총장이 직접 작성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공유하도록 지시한 일명 '유병호 내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됐다"면서 "답을 정해놓은 기획감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내려진 감사 결과도 엉터리라는 의혹"이라며 "감사원은 산업부가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을 60%로 낮게 산정하면서 판매 단가를 높이지 않아 경제성을 부당하게 낮췄다고 주장했지만 감사 보고서에는 이용률 60% 산정이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이용률이 오르면 판매단가가 낮아진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유 사무총장은 대통령실과의 문자 내통으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자초했고, 주식백지신탁 결정에 불복소송을 내며 청렴성까지 먹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이처럼 들고 나온 데에는 앞서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 보도가 근거가 됐다. 지난 2월 뉴스타파는 유 사무총장이 공공기관감사국장이던 2020년 작성한 문건을 공개하며 당시 유 사무총장이 사전 시나리오에 꿰맞춰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조작됐다는 감사결과를 냈다고 보도했다. 27일에는 '국민을 속인 감사원의 거짓 보고서'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지난 2020년 10월에 발표된 감사원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관련 감사보고서 중 일부 내용(원전 이용률과 판매단가)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보도에 감사원은 28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감사원을 둘러싼 정치감사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감사원 공세 전선은 점차 넓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감사원이 뚜렷한 유화제스처를 보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감사원을 저격한 기자회견을 한 같은 날 문재인정부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정책포럼 사의재 역시 토론회를 열고 감사원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감사원의 문재인정부 통계 조작 의혹 감사와 관련해 "명백하게 의도를 가진 기획감사"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치권 논란 및 언론보도 등에 적극 반박해오던 감사원은 최근 대응을 삼가는 모습이다. 과거의 일을 살펴봐야 하는 감사원 직무 특성상 정권교체기마다 늘 논란에 휘말려 왔지만 이번처럼 논란이 커진 데는 기존과는 다른 감사원의 '격한' 반응과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원이 각종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반응해왔는데 그게 더 논란을 키우기만 하지 않았냐"면서 "유 사무총장의 백지신탁 관련 소송 등 개인적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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