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줄어들까' 음식값은 10%만 올려 … 식당주인 '고통' 마켓보로 '통계'로 방증

음식재료인 식자재값이 1년새 17% 넘게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음식값은 평균 10% 올랐다. 고물가로 식당을 이용하는 서민 못지않게 식당주인 역시 고통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손님이 줄어들 것을 우려 음식값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치솟은 자장면값에 중국집 주인의 한숨이 섞여 있다는 걸 숫자가 대신 말한다.

28일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켓보로'에 따르면 지난달말 식자재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평균 17.6% 올랐다.

외식사업자 전용 식자재 구매 앱 '식봄'이 판매하는 2015개 식자재를 조사한 결과다.

이 가운데 84.4%(1701개)는 가격을 올렸다. 값을 내린 식자재는 9.4%(190개)에 그쳤다. 가격변동 없던 식자재는 6.2%(124개)였다.

같은 기간 한국소비자원이 자장면 김치찌개 비빔밥 등 서울 8대 외식상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1년 전보다 10.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식자재 가격이 음식값보다 7%p 더 오른 셈이다.

외식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6일 서울 명동 시내의 한 음식점 메뉴 가격표의 모습. 이날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지역 기준으로 대표적인 8가지 외식품목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올랐다. 특히 비빔밥은 8.8% 올라 1만원을 기록했고 냉면도 9.0% 상승한 1만692원으로 1만원선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8대 품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16.5%)을 보인 자장면도 식자재 인상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식봄에 따르면 자장면에 사용하는 밀가루(제면용 20kg)는 1년 새 15.5%, 식용유(18L)는 22.0%, 춘장(볶음춘장 10kg)은 8.8% 올랐다. 이 기간 양파(15kg)는 무려 182.5% 급등했다. 식재료 가격 오른 거에 비하면 자장면 가격 인상률은 '조족지혈'이나 마찬가지다.

식당에서 많이 쓰는 단무지도 10.2% 올랐다. 업소용 참치캔은 39.5%, 자연산 치즈는 34.8%, 멸균우유(1L)는 22.8%씩 치솟았다. 특히 단옥수수캔 가격은 1년새 2배가 넘는 121.2%나 급등했다. 식당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식자재인 쌀(국내산 혼합미 20kg)은 풍년으로 지난해보다 가격이 6%가량 하락했다. 그나마 쌀값이 외식사업자 부담을 다소 덜어줬다.

서울 상수동 한 중식당 주인은 "올초 식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메뉴당 500~1000원씩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식재료 가격 오른 걸 고려하면 역시 미미한 오름폭이다.

서울 망원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백 모 씨는 "전체적인 식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손님들 눈치 때문에 가격이 30% 오른 연어 관련 메뉴만 값을 올렸다"며 "식자재 가격상승에 가스가격 인상부담까지 식당이 고스란히 떠안고 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단골손님을 잃을까 어쩔 수 없이 가격인상을 최소화했다는 얘기다.

마켓보로 관계자는 "식당 주인은 가격을 올리면서 손님들 눈치를 보고 또 손님이 줄어들까봐 걱정하는데 식자재 가격상승 내역을 살펴보면 식당 입장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대한 식자재 데이터에서 뽑아 낸 통계로 식당주인 물가 고통을 입증한 셈이다.

한편 마켓보로는 식자재 생산부터 최종 소비자인 식당까지 이어지는 모든 유통 과정을 디지털 전환한 플랫폼이다. 업소용 식자재 오픈마켓 '식봄'과 B2B용 식자재 유통 소프트웨어 '마켓봄' 2가지 서비스를 운영한다.

마켓보로 관계자는 "식자재 거래는 부정확한 수기 거래, 외상으로 인한 미수금, 오주문·오배송 등 여러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면서 "편리한 모바일 식자재 수·발주와 유통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외식업 소상공인과 중소 유통사가 겪었던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유통 거래 방식을 정보통신(IT)으로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마켓보로는 국내 1위 식자재 유통기업 CJ 프레시웨이와 403억원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총거래액은 2조원이다. 최근 4년간(2019~2022년) 연평균 성장률은 80%에 달한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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