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독립성 강화, 최우선 과제

정순신 변호사 낙마 등 논란 끝에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29일 취임했다.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은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우 본부장 앞에는 시급히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경찰 안팎에서는 우 본부장의 첫 과제로 수사권 독립을 보다 공고히 하고 수사 역량을 인정받는 것을 꼽는다.

◆수사권 조정 정당성 입증해야 = 국수본부장은 약 3만명에 달하는 수사 경찰이 진행하는 전국 시·도 경찰청의 모든 수사를 지휘한다. 계급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이지만, 국가 재난에 준하는 상황을 제외하면 개별 사건에 대해 청장 지휘를 받지 않는다.

이런 국수본부장이 지휘하는 국수본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수사종결권 등의 권한을 갖자 수사의 책임성·전문성 강화를 위해 출범했다. 국수본은 형사사건 개시부터 1차적 종결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어 높은 수준의 전문성은 물론 독립성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에 부정적인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 노동조합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민관기 위원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약 20년동안 수사경찰과 국민들이 요구하는 부분"이라며 "수사권이 축소되지 않도록 해야하며 수사경찰의 복지와 처우개선에도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수사권 조정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사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수본은 출범 초기 '한국형 연방수사국'(FBI)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지난 2년간 국수본은 권력형 비리 수사로 내세울 만한 성과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수사부서 기피현상 해결 급선무 = 수사력 강화의 전제 조건인 조직안정도 우 본부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급격히 늘어난 업무량으로 인해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인력 충원·포상확대 등의 당근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서울지역 수사부서에 근무하는 총경급 경찰관은 "수사하다보면 일에 치여 다른 부서에 비해 승진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부서에 비해 혜택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사에만 전념해도 승진에 밀리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공수사 인력·예산 확대 필요 = 1년도 남지 않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을 차질 없이 준비하는 것도 국수본의 과제다.

2024년부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폐지되고 관련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오기로 돼 있지만 정부와 여권에서는 이를 백지화하거나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 터지면서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안보수사부서 출신 한 간부급 경찰관은 "수사권 조정에 따라 내년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전담하기로 돼 있지만 최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있어 혼선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당초 취지에 맞게 내년부터 경찰이 독자적으로 대공수사를 펼칠 수 있도록 우 본부장이 준비작업을 잘 이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 본부장도 취임사에서 "국가수사본부가 책임수사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여전히 높고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도 수사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으나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하고 사건수사의 난이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한층 고도화된 범죄 척결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산적한 과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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