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안보실장 '김성한 → 조태용' 교체

인재풀 한계, '왕수석' 부재에 '반복 우려'

미국 국빈방문을 한 달 앞두고 대통령실 외교라인 수장이 교체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람 쓰는 방식'에 또다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 김성한 안보실장은 29일 언론공지를 통해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안보라인이 미국측 한미 공동문화공연 일정 제의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던 중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의를 수리하고 30일 오후 조태용 주미대사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김 실장 경질 가능성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하루 만에 뒤집힌 셈이 됐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30일 "그동안 지켜보기에 본인이 힘들어 한 점이 컸던 것 같다"며 "(의혹의) 사실여부를 떠나 지리한 진실공방 논란의 시작이 될 텐데 외교안보 수장으로서 논란을 빨리 종식시키는 게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누가 되지 않는 방법이라 생각했던 게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이어 "후임 안보실장이 이미 한미 사이에서 계속 창구역할을 했고 정상회담을 준비해온 만큼 방미일정 준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는 여전히 두텁다"며 "사퇴 후에도 다른 역할이 주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교안보 특보로 임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인선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정부 출범 후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이유로 단행된 비서관급 이상의 교체가 눈에 띄게 잦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경험이 있는 여권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실 사람들이 문책성 인사를 당하거나 사퇴하는 일은 다반사였다"며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는 고위 인사 교체 이벤트가 많아 뒷말이 무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정권에서는 대통령실 내에서 교통정리를 담당하는 이른바 '왕수석'이 있었다. 대통령 측근들은 후보시절부터 함께 정치를 하고 선거를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위계질서가 잡혔고 청와대 입성 후에도 비교적 일사불란하게 업무가 이뤄졌다.

정치경험이 짧은 윤 대통령으로서는 아직 갖추지 못한 조건이다.

다른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실력 있는 사람들을 갖다 쓴다고 하지만 순수한 실력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검찰이나 대통령 핵심지인 그룹 등의 영향력이 얽혀서 구성원들이 모래알 같은 상태"라고 봤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29일 오후 논평을 통해 "외교안보라인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으며 누구 심기를 건드렸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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