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윤 대통령, 방류 한국 국민 이해 구하겠다 말해" 보도

대통령실 "가짜뉴스" … "후쿠시마산 수산물 들어올 일 없을 것"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오염수 리스크'가 조만간 국내 정치권을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은 윤 대통령 방일 과정에서 '오염수 이슈'가 테이블에 올랐다고 잇따라 보도했지만 대통령실은 연신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부인으로 '오염수 리스크'가 당장 터지는 건 막았지만 시한폭탄 자체를 해체하지는 못했다는 관측이다.

조계종 사회노동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 기도회 |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 기도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일본 교도통신은 29일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스가 전 일본 총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오염수 이슈'가 테이블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접견에 동석한 누카가 후쿠시로 전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해와 함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 철폐를 요구하자, 윤 대통령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 "문재인정권은 (오염수 방류를) 이해하는 것을 피해 온 것 같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프로세스를 통해 한국 정부가 실태를 알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좀 더 이해시키는 노력을 해 달라"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입장을 이해해 한국 국민을 설득해보겠다는 뉘앙스로 해석됐다.

대통령실은 보도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0일 "그런 가짜뉴스를 퍼뜨리다니 (교도통신은) 진실의 편이냐, 우익의 편이냐"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어떤 시도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관련,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 보도의 파장을 진화하기 위한 대처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일본 언론의 '오염수 이슈' 보도가 나올 때마다 "멍게란 단어는 나온 적이 없다" "정상간에 나눈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식으로 부인하거나 확인해주지 않았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오염수 이슈'가 충분한 대비 없이 조기에 불거질 경우 자칫 '제2의 광우병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일본 언론의 보도를 또다시 부인하면서 '오염수 이슈'가 당장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이슈 자체는 소멸되지 않고 그대로다. 일본 정부는 6월말이나 7월초부터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정부로선 오염수 방류를 막거나 방류를 막지 못한다면 국내 여론을 설득해야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일단 방류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미국·EU 등 국제사회와 IAEA(국제원자력기구)까지 '안전에 문제 없다' '방류해도 된다'고 하는 마당에 우리가 '무조건 안된다'고 버틸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전했다.

방류를 막지 못한다면 정부로선 방류까지 남은 시간동안 국민의 안전 우려를 최대한 불식시키는 작업을 해야한다. 만약 국내여론에 대한 충분한 설득 없이 오염수 방류를 맞는다면 2008년 '광우병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여론의 광우병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 없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을 강행했다가 '촛불집회'라는 국민적 저항을 불렀다. 정부가 오염수 방류까지 남은 시간 동안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엄경용 이재걸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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