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 중장 "북핵 해법은 종전선언·평화협정" … 뉴욕타임스 기고문 통해 밝혀

"전쟁에서 이기려면 공격적이어야 하지만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협상과 정치가 아무리 어렵다 해도 핵전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반도평화법안 재발의 취지 설명하는 셔먼 의원 | 하원 외교위 소속의 브래드 셔먼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반도평화법안 재발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미 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 출신 3성 장군인 댄 리프(71) 예비역 공군 중장의 주장이다.

리프 중장은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기고문에서 "아슬아슬한 현재 상황에서는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 하나가 수백만 명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며 북핵 위기 해법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주장했다. 리프 중장은 "미국이 수 십년 동안 외교와 압박, 인내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런 접근법 중 어느 것도 효과가 없었다"면서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한국전쟁을 끝내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1953년 7월 27일, 전투를 중단하는 휴전이 체결됐지만 엄밀히 말해 미국과 한국은 여전히 북한과 전쟁 중"이라며 "이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리프 중장은 현재 한반도 상황을 일촉즉발의 위기로 규정했다. 그 근거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작년부터 기록적인 속도로 미사일 실험을 실시했으며, 미국 본토 어디든 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1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핵무기의 '기하급수적' 확대를 지시했고, 지난해 북한 정부가 선제 핵공격을 승인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점도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여기에 남한도 윤석열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남북의 핵위협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리프 중장은 "최근 몇 년 간의 외교적 제의가 무산된 뒤 김정은이 더욱 호전적으로 변했고, 분쟁의 위험은 더욱 심각해졌다"며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게 진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타개책으로 항구적인 평화협정을 제시했다.

리프 중장은 "항구적인 평화협정은 김정은이 미국을 실존적 위협으로 묘사하고 재래식 및 핵무기를 증강하는 정당성을 약화시킬 것이고, 억압적인 정권의 근간을 이루는 피포위심리(siege mentality: 항상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믿는 강박 관념)를 단절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재 완화와 경제 개발이 뒤따르게 되면 북한 주민 2500만명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삶의 질과 인권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개선됐던 2018년, 2019년의 상황을 환기시켰다.

리프 중장은 "미국, 북한, 한국은 모두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인 평화협정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했고,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당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별도 회담을 통해 이 목표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면서 "이 회담은 즉각적인 긴장 완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긴장 완화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한국 비무장지대 일부에서 지뢰 제거 △이산가족 상봉 성사 △김 위원장의 장거리 미사일 및 핵실험 유예 선언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과 억류 미국인 3명 석방 등이다.

비록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과의 접촉이 결렬된 후에도 김 위원장이 여전히 외교에 열려 있음을 시사한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리프 중장은 "현재 하원에는 평화협정을 촉구하는 법안이 있다"며 처리를 촉구했다.

이는 얼마전 브래드 셔먼 의원(민주·캘리포니아) 등 20명이 재발의한 '한반도 평화 법안'(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ct)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미 국무장관이 평화협정을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의회에 제출하고, 구속력 있는 합의를 위해 진지하고 긴급한 외교를 추구하며, 한국전쟁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리프 중장은 이 법안에는 북미 간 화해프로세스, 분쟁 중인 해상경계 정상화, 남북한 군대간 대화 틀 등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필요한 일부 조치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평화협정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인정했다.

그는 "비판론자들은 평화협정이 70년 전 휴전으로 인해 마련된 안전장치를 약화시켜 오히려 전쟁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휴전에는 완벽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위험증가의 구체적 사례도 언급했다.

리프 중장은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4년 북한 폭격을 고려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핵무기 사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한은 때때로 도발을 감행하고 있고, 남북한은 여러 차례 포격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험 요소로 북한이 평화협정을 구실로 삼아 한미 간 문제인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 전쟁을 끝내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워싱턴에서 전쟁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구축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을 수용하면 필연적으로 우리가 나쁜 행동에 보상하고 전체주의 정권을 합법화한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김씨 일가는 75년 동안 통치해 왔으며, 이것이 조만간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며 현실론을 펼쳤다.

리프 중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비무장지대 남과 북의 다음 세대는 핵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훈련받은 것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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