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이르면 이달 결론

조건부 승인 가능성 거론

미국·영국선 소송전 비화

합병 성사 여부 불투명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이르면 이달 중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승인하더라도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유럽의 경쟁당국이 기업결합 불허 결론을 내리면서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MS와 블리자드의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위 심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블리자드는 '콜 오브 듀티', '디아블로', '캔디 크러쉬' 등 인기 게임을 개발한 미국의 대형 게임업체다.

공정위는 일부 행태적 시정조치를 달아 조건부로 승인하거나 조건 없이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심사관이 두 회사 간 기업결합이 시장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전원회의를 거치지 않고 이달 중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경쟁 제한성 해소를 위한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원회의에서 시정조치 부과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MS는 작년 1월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92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미국·영국·유럽연합(EU)·일본 등 세계 각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우리나라 공정위도 작년 4월 4일 MS의 신고를 받아 게임 개발·배급 및 유통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는지 심사해왔다.

MS는 이미 비디오게임 콘솔인 엑스박스(Xbox), 게임 구독 서비스, 클라우드 기반 게임 구독 서비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블리자드를 인수하면 중국의 텐센트(텅쉰), 일본의 소니 그룹에 이어 세계 3위 게임업체가 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MS가 블리자드의 인기 게임을 지렛대로 콘솔 및 게임 구독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지 등을 검토해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현재까지 검토 중인 사안으로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의 승인 결정과 별개로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최종적으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작년 12월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의 경쟁시장청(CMA)도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 약화가 우려된다며 지난달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불허했다. MS는 이에 대해 항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반면 일본은 자국 기업인 소니의 반발에도 실질적으로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EU도 이르면 이번 주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어느 한 나라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하게 되면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불발된다. 각국 경쟁당국의 판단이 엇갈리는 것은 자국 게임 시장 내에서 MS의 지위, 블리자드 게임의 인기 정도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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