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라스틱 규제 현실화, 한국 '발등의 불' … 감축 목표에도 코로나 이후 발생량 급증

이르면 내년 플라스틱이 유발하는 환경오염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협약이 탄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코로나 19 이후 급증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하는 상황이다.

지구를 위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 주세요 | 4월 21일 경기도 용인시재활용센터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용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그린파스의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회용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21년 1193만2000톤이다. 이는 2017년 7981만톤 보다 49.5%나 증가한 수치다.

◆플라스틱 노출된 바닷새에서 높은 조직손상도 나타나 = 5일 국제 학술지 '해저더스 머티어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실린 논문 '바닷새에 매크로플라스틱과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미치는 영향'('The one-two punch of plastic exposure: Macro- and micro-plastics induce multi-organ damage in seabirds')에 따르면, 붉은발슴새의 신장 비장 등 장기에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박혀 있었고 이는 매크로플라스틱 노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을 섭취한 붉은발슴새는 플라스틱을 섭취한 새에 비해 염증 반응이 더 높았고, 위벽이 더 많이 악화됐다. 또한 비장 및 신장에 내장된 미세플라스틱 및 나노플라스틱 밀도가 더 높았으며 여러 장기에 걸쳐 더 높은 조직 손상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붉은발슴새가 섭취한 매크로플라스틱은 거의 또는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러한 사항은 플라스틱 오염이 지금까지 눈에 띄지 않았던 야생 생물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크로플라스틱은 노출된 부위에 직접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반면, 미세플라스틱은 신체 전체에 동원돼 광범위한 건강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전체적으로 이러한 결과는 플라스틱 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범위와 심각성이 크게 과소평가되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에는 수많은 폴리머(고분자량 화합물)와 첨가제들이 들어 있다. 플라스틱 섭취 결과가 해당 시기나 사건 등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단일 오염 물질에 적용되는 전통적인 '노출 용량 대 반응'식의 영향 분석 방식으로는 문제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직 플라스틱 크기별로 명확한 정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그물이나 밧줄 등과 같이 1m 이상인 크기는 메가플라스틱 △비닐봉지 부표 등과 같이 2.5cm~1m는 매크로플라스틱 △5mm 이하는 마이크로플라스틱 등으로 나눈다.

◆한국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탄생하나 = 이처럼 플라스틱은 한단계에 걸친 영향만을 규제해서는 효과가 없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플라스틱의 생산·소비·폐기·재활용 단계를 아우르는 플라스틱 전주기에서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플라스틱 규제협약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만들기 위해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회의를 5차례 열고 2024년까지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제2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2)가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렸다. 이번 INC-2에서는 플라스틱이 유발하는 환경오염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협약의 초안을 늦어도 올해 11월까지 마련하기로 전세계 175개국이 뜻을 모았다. 내년말 열리는 제5차 회의는 한국에서 열릴 전망이다.

개최국의 위상에 걸맞게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플라스틱 사용 억제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지난해 대비 2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린피스는 "정부는 플라스틱 협약 논의에서 우호국 연합(High Ambition Coalition, HAC)에 속하기도 하고 마지막 제5차 INC를 개최하고자 하는 국가로서 그에 걸맞게 강력한 협약이 체결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며 "석유화학 업계의 책임을 인식하고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포함한 궁극적인 해결책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5일 오후 2시부터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제28회 환경의 날' 기념식을 연다. 올해 '세계 환경의 날'(매년 6월 5일)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 퇴치'(Beat Plastic Pollution)다.

이번 기념식에 앞서 고려대학교 에스케이(SK)미래관에서는 전국 24개 대학교 환경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80여명이 정부 관계자와 함께 일상 속 플라스틱 사용은 줄이고 착한 소비를 실천하기 위한 '바이바이 플라스틱 캠페인 출범행사'를 연다. 이 행사를 시작으로 기업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등에서는 탈플라스틱 활동과 연계한 캠페인을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유망 환경 신기술 보유 업체의 홍보관을 비롯해 '쓰.확.행'(쓰레기를 줄이는 확실한 방법) 카드지갑 만들기, 자투리가죽을 활용한 열쇠고리 만들기 등 새활용 체험관도 함께 선보인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위기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념과 구호에서 벗어나 과학과 실천을 바탕으로 환경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고자 한다"며 "환경의 날을 계기로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 속 친환경 행동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변화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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