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족, 박희영 구청장 보석 석방 항의 시위 … 특별법 제정 촉구 국회 농성도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재발방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 농성을 진행하는 가운데 박희영 용산구청장 보석 석방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8일 오전 전날 풀려난 박 구청장의 보석 석방에 항의하고 업무 복귀를 반대하는 시위를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진행했다.
용산구청장실 문 두드리는 유가족들│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잠겨있는 구청장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8시쯤 용산구청 앞에서 박 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시위를 갖고 "박 구청장은 이태원참사의 부실 대응과 은폐 의혹으로 재판받는 사람인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경보 발령, 대응요원 현장 출동 지시, 교통 통제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긴급 특별지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며 "박 구청장은 지금이라도 사퇴한 후 159명 영정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구속 재판을 받던 박 구청장과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은 법원으로부터 서약서 제출, 주거지 제한 등을 조건으로 보석 석방됐다.

유족들은 "자신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참사 트라우마 운운하며 심신상의 이유를 들어 법원에 보석 청구까지 했다"고 지적하고 "구속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굳이 보석 석방을 한 게 판결 형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위 과정에서 박 구청장이 유족들을 피해 다른 문으로 출근한 것이 알려지자 이를 항의하는 유족, 시민대책위 관계자들과 구청 직원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7일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유족들은 지난 4월 20일 국회의원 183명 공동명의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참사 발생 7개월이 넘도록 진상규명 특별법이 상정조차 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책임이 크다"며 "6월 중 상임위 처리를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야4당과 무소속 의원 183명은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17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청문회, 자료 제출명령, 동행명령, 고발, 수사요청, 감사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새롭게 밝혀진 게 없다며 특별법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국회 입법 기능을 오남용하는 것은 민의에도 어긋난다면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은 재난의 정쟁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진 유가협 대표 직무대행은 "전국 순회와 국민동의 청원을 거쳐 법안이 올라갔는데 상임위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법안에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수정할 의향도 있는데 여당은 만나주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법 제정은 유가족만의 일이 아니고 인권, 생명권과 관련된 국민의 문제"라며 "법안 상정이 빨리 되도록 행안위 위원들을 만나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참사 희생자 윤성근씨 아버지 윤석보씨는"183명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여당 의원 20명 만이라도 추가 동의를 하면 법이 제정되는데 안타깝다"면서 "국민 아픔을 위로하고 재발방지를 한다는 생각으로 여야를 떠나 법안 상정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달 말까지 매일 아침 10시 29분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출발해 서대문 마포 여의도 농성장까지 행진하는 릴레이 일정도 시작했다. 저녁에도 매일 추모촛불문화제를 개최해 특별법 제정을 호소할 예정이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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