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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이옥경 칼럼]

'If Hillary is OK, we are OK'

등록 : 2013-09-10 10:50:52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식을 숨기고 있었다'는 조선일보 보도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간 것 같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안받아들여지면 추가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혼외자'의 아버지 이름이 학적부에 채동욱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동급생들이 채군에게서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됐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사실보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정정보도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채 총장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여 법정에서 사실여부를 두고 다투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애초에 이런 건으로 공인의 사생활을 파해친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채 총장이 사실을 부인했기 때문에 이제 국면은 거짓말 여부의 차원으로 넘어갔고 채 총장이든 조선일보든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고들 한다.

좀 섣부르지만 예단을 해보자면 채 총장이 사표를 던질 수도 있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채 총장으로서 이런 흔들기를 이겨내면서 검찰을 지휘해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같다.

더욱이 외부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된 아이의 개인기록들까지 나온다는 것은 특정한(?) 정보소스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그 취재원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정보를 흘리고 있다고 유추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채 총장 측은 그 목표가 자신을 불편하게 보는 어떤 세력의 흔들기이며 이는 곧 자기 개인이 아닌 검찰에 대한 공격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채 총장이 이런 흔들기 맞서 버텨낼 수 있을지, 글쎄 좀 걱정이다.

채 총장이 사표를 낸다면 공격은 멈출 것이고 사건은 그냥 유야무야되겠지만, 그게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일이 어떻게 귀결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여부나 결과와 상관없이 이 사건과 관련된 보도를 보며 약간 방향이 다른,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하나 들었다.

간통죄 폐지가 목전에 다다른 상황에서

공인의 사생활, 특히 개인적인 애정사(?)는 어디까지 들춰져야 하는가라는 문제이다. 특히 아직도 초등학생에 불과한 미성년 아이의 얘기가 그렇게까지 드러나야 하는 건지, 그 아이가 그 정도 상처는 가슴 아프지만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감수해 줘야 할 정도로 이 건이 중요한 사안인지 모르겠다.

물론 공인의 애정사가 직무수행과 연관이 있고 현재 영향을 주고 있다면 당연히 밝혀져야 한다. 그것이 직위를 이용한 강압적인 관계의 시작과 유지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간통죄 폐지가 목전에 다다른 시대상황에서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 진지하게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대체로(전두환 이후는 없는 것으로 되어 있고) 여자문제, 혼외자녀 문제가 있었다. 언론은 보도 안했고 국민들은 몰라서 모르고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갔다.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에게 혼외자녀가 있었고 미테랑은 그 모녀를 엘리제 궁 근처에 아파트를 얻어 주고 수시로 출입했다는 사실은 미테랑 사후에 보도됐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나 올랑드 현 대통령의 결혼사는 우리 기준으로는 거의 막장드라마 수준이고 국민들도 다 아는 상태에서 당선됐다.

케네디 루즈벨트 아이젠하워 등 미국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구태어 보도를 안했고 국민들은 알 필요가 없었다. 클린턴이 백악관에서 인턴 루윈스키와 부적절한 행각을 벌여 온 나라가 들썩였지만 그가 탄핵위기에 몰린 것은 '거짓말'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나라가 뭔 상관이냐, 나라마다 도덕의 기준이 다르다고 반박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가는 당사자들의 몫

그러나 생각해보면 성폭력 당했다고 제수씨가 폭로한 국회의원이 멀쩡히 당선되는가 하면 이 문제에 대한 추적, 심층보도는 없었다. 비도덕적 불법적 관계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혼외의 애정사를 두둔하고자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부부는 열정적 사랑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고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뢰가 무너졌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가는 전적으로 그 당사자들의 몫이 아닐까. 루윈스키 스캔들로 한창 시끄러울 때 클린턴이 한 도시를 방문했다. 그때 어느 지지자가 든 플래카드가 사진에 찍혔다. 'if hillary is OK, we are OK'.

그때 미 국민은 탄핵을 원치 않았고 클린턴은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이옥경 내일신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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