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재스민혁명, 2012년 대한민국은

"시대정신 실마리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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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튀니지에서 생활고에 고통받던 한 젊은 채소 노점상의 분신자살이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정면으로 강타하리라곤.

철옹성처럼 수 십 년을 버텨온 독재정권들이 하나둘씩 무너졌다. 민주주의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갈구하는 민중의 요구에 독재자는 무릎을 꿇었다.

튀니지에서 출발한 '재스민 혁명'은 이집트 리비아 알제리 모로코 바레인 예멘 이란까지 거침없이 타들어가고 있다. 탱크가 출동하고 폭격기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전세계가 알고 있다. 이른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 불리는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를 타고 시공간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변화가 우리사회에는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1987년 대한민국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다. 들불처럼 번진 6월 민주화 항쟁과 7, 8월 노동자 대투쟁은 독재정권에 저항하고 최소한의 인간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었다. SNS라는 문명의 이기만 존재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20년이 훨씬 넘게 지났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한반도 긴장과 전쟁 위협도 커져만 가고 있다. 왜 이런 고민을 다시 해야 하는지 많은 이들은 답답한 심정이다. 민주주의를 성취하는 것도 어렵지만 지키는 것이 또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끼게 되는 시기다.

'재스민 혁명'을 지켜보면서 한국사회도 고민에 빠졌다. 특히 2012년은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맞물려 있어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단지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는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택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 돼야 할까.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올바른 관점의 문제이고, 식견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장명국 내일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가 15년 넘게 써 온 정치경제칼럼 가운데 정수를 모아 편찬한 '정권교체냐 정권재창출이냐'(석탑출판·1만5천원)는 시대정신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에 헌신해 왔다.

또 내일신문을 발간하면서 사원주주제라는 새로운 운영원리를 통해 언론역사에 보기 드문 무차입 흑자경영을 실천해 오고 있다. 소유와 경영과 노동이 하나되는 통일장이 바로 사원주주제다.

저자의 칼럼이 공허한 이론이 아니라 실천적 경험에 기반한 문제의식과 해법제시라는 평을 받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저자는 21세기 한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문제를 3가지로 압축하고 있다. 3가지 갈등, 즉 외세에 의한 이념갈등인 남북분단과 정치권이 만들어 놓은 지역갈등, 짓밟는 경쟁이 초래한 양극화가 그것이다. 이것을 해결하려는 정치세력과 정당에게 국민들이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의미다.

리더십의 문제도 제기했다. 저자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지은 존K. 칼브레이스의 말을 빌어 위대한 지도자의 덕목을 언급하고 있다. "모든 위대한 지도자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것이 당대 국민들의 가장 큰 고통에 단호하게 맞서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것이 지도력의 핵심이다."

차기 대선을 바라보며 스스로 정치지도자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남다른 분석과 해법제시로 상당한 고정팬까지 확보하고 있는 저자는 책 서문에서 '2012년 어떻게 할까'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권교체'가 될지 '정권재창출'이 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 핵심에 '사람'이 있다.

저자는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을 가르는 기준은 우리 한국사회를 어떻게 사람중심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하느냐 하는 구체적인 실현계획을 국민들에게 제시해 감동시키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칼럼집을 발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소개하고 있다.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고, 소통과 통합의 정신아래 개혁을 추구하는 리더십, 양극화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이끌어 내는 리더십을 보고 싶은 열망을 독자와 나누고 싶다"는 설명이다.

저자의 말처럼 '2012년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책속에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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