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 당시 "직간접적으로 청와대가 임명하는 자리가 만개가 넘는다는데 대통령이 되면 그것을 1/10 이하로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대표적 사례로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감시해야 할 공기업 감사가 왜 논공행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납득 할 수 없다. 전 공직에 걸쳐 전관예우나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17일에는 자신이 주장한 '정치혁신'의 세 가지 조건은 '협력의 정치, 직접민주주의 강화, 특권폐지'라고 밝혔다.

'임명자리를 1/10로 줄이겠다'는 안 후보의 발언이 나오자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는 '그러면 관료가 다 차지하게 되는데 더 문제가 많다'는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특권을 상당히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정가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신세 진 사람들에게 빚을 갚을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와 정당도 마찬가지"라며 "4.11 총선직후 스스로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기억 나나. 지금 그 중에 내려놓은 특권이 있나. 어느 순간 이야기가 들어가고 내려놓은 특권이 없고 진행이 안 된다. 신랄하게 말하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을 싸잡아 질타했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국감에서 해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목, 즉 공공기관 임원진의 무능 배임 도덕적 해이 등등이 올해도 어김없는 것을 보면 안 후보의 분노는 바로 국민의 분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국감자료에서 볼수 있듯이 구체적 내용에 들어가면 단지 대통령이 1/10만 임명한다고 해서 풀릴 문제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떤 기준에서 1/10이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그보다는 오히려 공공기관의 성격을 엄정히 분류하여 낙하산이 필요한 곳은 낙하산을 보내고 아닌 곳은 또 그에 합당한 인사원칙을 세우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

공공기관 보수,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예를 들어 공영방송사의 임원은 정치적 독립과 공공적 가치의 신념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인물이 선임되도록 제도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 임원들의 보수가 너무 높아서 거의 이권화하고 있는 것을 시정하는 일이다. 공공기관 임원들의 보수는 특히 이명박정부 들어 올라도 '너~무' 올랐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김영록 의원(민주)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들은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활동비 명목으로 연간 6000만원을 고정 지급받고, 참석할 때마다 1회에 50만원씩 출석수당을 받아왔다. 또한, 해외연수 명목으로 프랑스·미국 등으로 1인당 1700만원이 넘는 경비를 들여 외유를 다녀오기도 했다.

김 의원은 "농가소득이 지난 2008년 3050만원에서 3015만원으로 1.2% 하락했는데, 비상임이사에게 매년 지급되는 활동수당은 29.0%, 출석수당은 66.6% 인상됐다"고 지적했다.

농협만이 아니다. 17일 18일 이틀 동안 나온 사례 중 눈에 띄는 것만 몇개나 된다.

국토해양위원회 김관영(민주)의원은 인천국제공항감사에서 "인천공항이 공동출자자인 한국공항이 한번도 출근하지 않은 일부 이사들에게 8년 동안 연간 1억~1억5000여만원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나열하기도 지칠 뿐이다. 하지만 감사기간에만 매맞고 나면 그 뿐, 고쳐지지 않은 지 오래다.

최근 상장폐지된 저축은행은 상근 감사와 사외이사 등 형식적으로는 그럴듯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춰놓고 있었다. 이 중 상당수는 감사원과 금융감독원 등 정부부처와 감독기관 고위관료들로 화려한 면면이지만 이사회에서 중요한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거의 없다. 감독기관과 정부부처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 바람막이 역할만 한 것이다.

제 역할 못할 때는 상응한 책임 물어야

거의 전 영역에 걸쳐 있는 해이상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면 우선 보수를 국민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 그러자면 이사회가 자신들의 보수를 스스로 정하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 보수가 그렇게 높지 않다면 이사들이 자리에 연연하여 소신을 굽히거나 눈감는 일은 줄어들지 않겠는가,.

또한 경영진을 감시하라고 보낸 비상임이사, 감사들이 자기 역할을 못할 때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우는 방법도 찾아볼 일이다. 각 후보들이 모두 정치쇄신을 한다고 말한다. 누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안을 만들어 확실히 집행할지를 이번에야 말로 국민들은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본지이사

이옥경 내일신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