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스마트폰이 아닌 컴퓨터로 애니팡을 했다면, 요즘처럼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라며 "스마트폰게임의 경우 게임의 내용뿐만 아니라 중독으로 빠져들게 하는 기기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까운 인척의 아이가 게임중독에 빠졌다. 그 부모가 극심한 고통에 괴로워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셧다운(shutdown) 제도의 찬성자가 됐다.

셧다운제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6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인터넷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이 시간대에 연령과 본인 인증을 통해 청소년 게임 이용을 강제로 원천 차단해야 한다.

지난 1년간 PC 온라인게임과 CD를 통해 접속하는 PC 패키지게임에 우선 적용됐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통한 모바일 게임의 경우 내년 5월 20일까지 유예돼 있다.

지난달 31일 셧다운제 시행 1년의 시점에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가 스마트폰게임을 적용대상에 넣을지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기준을 확정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셧다운제도에 대한 비판일색의 기사와 연구가 다시 쏟아졌다. 비판의 논거도 제도도입에 반대했던 당시와 다를 바 없다. '16세 이하 청소년의 자율권 침해' '부모 아이디 도용만 늘이고 본인인증 실효성 없음' '게임산업 발목잡아 경제에 악영향' 등등.

심야시간 규제 필요성 커져

게임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조사이기는 하지만 한 업계신문이 행한 전국 중학생과 학부모 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게임 이용 형태 조사 결과 중학생 중 주로 밤 12시 이후 게임을 한다는 응답자는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전체의 2.5%였다.

여성가족부 보고서에도 밤 12시 이후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 비중은 불과 0.3%포인트 줄었을 뿐이라 했다. 결국 이용자 권리를 침해하고 사업자의 발목을 잡았을 뿐 아무 실효성이 없는 규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서 보자면 0시부터 6시까지 일부 청소년이 게임 못한다고 해서 무슨 산업이 죽는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엄살로만 들린다.

또 현재 PC에만 적용되는 셧다운제를 비판하는 데만 집중해서인지 이 조사는 의도치 않게 중요한 시사점도 던져줬다.

즉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하루 평균 스마트폰 게임 이용 횟수 및 시간은 작년 2.54회 71.05분에서 올해 5.06회 95.21분으로 늘었다. PC 온라인게임 평균 이용 횟수는 주 4.02회에서 3.61회로 줄었지만, 이용 시간은 234분에서 255.71분으로 10% 가까이 늘었다.

반면에 TV와 만화책, 독서 등 전통적 여가 활동 빈도는 줄었다. 청소년 여가에서 중학생 게임 이용 빈도는 지난해 월 평균 19.48회에서 올해 23.63회로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해 '게임 이용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이 38.5%, '비슷하다'는 응답이 36.5%였다. 스마트폰 게임에 대한 심야시간 규제의 필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이다.

여가부가 내놓은 모바일 게임 셧다운 적용평가기준이 게임산업육성이라는 경제논리에 밀려 사실상 허물허물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마당인데도 게임업계나 옹호론자들은 '게임한류 확산'까지 내세우며 비난하고 있다.

셧다운제 모바일게임으로 확대해야

내일신문의 좌담회에서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스마트폰이 아닌 컴퓨터로 애니팡을 했다면, 요즘처럼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라며 "스마트폰게임의 경우 게임의 내용뿐만 아니라 중독으로 빠져들게 하는 기기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래를 여는 청소년학회와 청소년문화공동체 십대지기가 지난 5월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 등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로는 학부모 85.2%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게임까지 셧다운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청소년의 경우 절반 정도(49%)가 찬성했다.

하루의 게임시간을 개별부모들이 아이와 씨름하며 정하고 감시하느라 부모의 진이 빠지게 하지 말고 어떻게 게임이용구조자체에 이용시간제한이 들어가게 할 수는 없을까, '부모 좀 편하게 살자!' 부모들이 외쳐야 한다.

본지 이사
 

이옥경 내일신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