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충청권 민심

보수층 '한국-바른' 양분

불과 1년 전 2016년 4월 총선 당시 충청권 정당득표율은 새누리당이 4개 광역지자체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위와 2위(더불어민주당), 3위(국민의당)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바로 1위를 차지했던 새누리당 지지층이다.

가능성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새누리당 정당득표율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비슷하게 나눠가졌을 때다. 이 경우 2위였던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1위로 올라간다. 두 번째는 새누리당 지지층 대부분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했을 때다. 이 경우 안 후보가 1위로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보수 일부 지지층만 안 후보를 지지했을 때다. 문과 안의 접전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관심을 끄는 게 지난 12일 치러진 충남 천안시 재보궐선거다. 재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고 고령층 투표자가 많아 보수진영에 유리하고 후보개인의 역량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대선 직전 선거라는 점, 천안시가 충남도의 대표도시로 충청권 광역시와 시·군의 표심을 평균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천안시 지방의원 선거는 보수가 강한 곳(서북구 마), 진보가 강한 곳(서북구 바), 진보와 보수가 팽팽했던 곳(동남구 나) 등 3곳에서 열렸다. 결과는 보수우세는 바른정당, 진보우세는 민주당 성향 무소속 후보, 팽팽한 곳은 국민의당 후보가 당선됐다.

자유한국당은 3곳 모두, 국민의당도 3곳 모두, 민주당은 낙마 책임을 지고 2곳의 공천을 하지 않았지만 민주당 지지를 밝힌 무소속 후보들이 출마했다. 바른정당은 보수우세, 팽팽한 곳 2곳만 출마했고 정의당은 한곳도 나오지 않았다.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자유한국당의 3곳 합계 득표율은 18.6%, 국민의당은 21.4%였다. 친민주당 무소속 후보를 합친 민주당 득표율은 40.8%였다. 2곳에서만 출마한 바른정당은 18.3%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천안시 정당득표율 28.9%에 비해 11.9%p 올랐다. 정의당 작년 지지율 6.8%를 빼도 5.1%p 올랐다. 반면 국민의당은 3.9%p 낮아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득표율은 사실상 같다. 결과만 놓고 보면 첫 번째 유형이다. 문재인 후보의 압승 구도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 정작 긴장한 곳은 약진한 더불어민주당측이다. 천안시 민주당 한 인사는 "예상을 깨고 바른정당의 약진이 눈에 띄는 선거였다"면서 "막판 쏠림현상으로 바른정당 지지층이 성향이 비슷한 국민의당으로 대거 옮겨갈 경우 쉽지 않은 선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른정당 지지층 2/3가 옮겨갈 경우 국민의당은 34%, 민주당 득표율에서 정의당 작년 지지율을 빼면 34%다. 세 번째 유형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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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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