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아동 문제 특화

부설 '인권 보호센터'

의뢰인 A씨는 남편 B씨가 46개월 된 딸을 성추행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목격자는 A씨 뿐이었고 어린 딸이 피해상황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B씨가 혐의를 부인하자 수사기관으로서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 A씨가 딸의 성추행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내자 B씨는 무혐의처분을 방패막이로 삼아 오히려 A씨를 정신이상자로 몰았다.

왼쪽부터 변현숙·김미애·손명숙·백혜량 변호사. 사진 법무법인 한올 제공


사건을 맡았던 김미애 변호사(48·사법연수원 34기)는 A씨와 긴밀히 소통하며 성추행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 김 변호사가 내놓은 해결책은 거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딸의 평소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자는 것이었다. 결국 이들은 어린 딸이 잠을 자면서 엄마인 A씨의 성기에 입을 맞춘다거나 동생의 성기를 관찰하는 등 이상행동을 발견했다. 감정 결과에 따르면 이런 행동은 실제 성행위를 경험하거나 목격하지 않으면 나타날 수 없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B씨의 딸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상당히 제한하는 판결까지 얻어냈다. 일반적인 판결은 면접교섭권의 내용으로 면접교섭의 시기, 장소 등을 간략히 기재한다. 하지만 이 사건 판결은 피해자녀의 성장과정에 따라 나이대별로 구분해 직접대면 또는 영상·전화통화가 가능한 시기 등 면접교섭의 방법 등 그 내용을 구체화시켰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면접교섭권의 내용을 철저히 자녀의 복리를 중심으로 판단했다"며 "변호사의 고심과 의뢰인의 협조가 재판부의 설득으로 이어져 피해자녀의 복리에 적합한 면접교섭권을 얻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산 연제구 법조타운에 위치한 법무법인 한올은 김미애·손명숙 변호사를 대표로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한올'은 한 가닥의 실처럼 매우 가깝고 친밀하다는 의미다. '한올지다'는 순우리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아이 입양한 '싱글맘' 변호사 = 김미애·손명숙(49·30기) 변호사는 부산·경남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대표인 김 변호사는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이사 등을 맡고 있고, 부산시 여성·아동보호 지역연대 위원, 대한변협 여성·아동 폭력방지법률지원지원변호사단원 등 활동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 아이를 입양한 싱글맘이기도 하다.

함께 대표를 맡고 있는 손 변호사는 경남장애청소년 문화교육진흥센터 이사장, 경남 여성인권진원센터 운영위원 등을 맡으며 지역 사회에서 여성과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법무법인 한올은 이들을 중심으로 여성·아동 인권 옹호에 뜻을 함께하는 백혜랑, 최희원, 변현숙, 김한주 변호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변현숙 변호사는 "평소 사회활동이나 인권에 관심이 많아 뜻을 같이하던 여성 변호사들이 로펌을 만들었다"며 "여성 변호사 10명으로 구성된 로펌을 운영하면서 아동·여성 인권을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후쿠오카 변호사회 하라다 나오코 회장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한올은 부설기관으로 '여성·아동 인권센터'를 개설했다.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성·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학교폭력 등에 대한 법률상담 및 공익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했다고 한다.

인권센터 설립해 공익소송 지원 = 김 변호사는 "여성 변호사들의 따뜻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전문지식과 풍부한 인권감수성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듬고, 나눔과 섬김으로 변호사로서의 사명을 다해 변호사법 1조의 사회정의를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센터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형사절차 지원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부산 여성상담소,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위원, 자문위원 등 활동 △여성노동인권지원 △부산 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책위원회 소송지원 및 법률상담 등의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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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주 기자 5425@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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