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경제력집중 심화시켜 … 김상조 위원장, 제도개선 '소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비율을 낮춰주는 등 규제완화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 규제 완화는 결과적으로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채이배 의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지주회사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은 4번있었다. 4건 모두 정부가 제출했으며 국회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 정무위원장이 위원회 대안을 상정,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재벌의 경제력집중 완화가 문재인정부 재벌개혁 주요과제로 손꼽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장에 평소 지주회사 제도 개선을 주창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취임함에 따라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 1월 야3당 정책연구소 공동토론회에서 김상조 교수는 재벌개혁의 중기과제로 '지주회사 제도 개선'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지주회사 제도가 '무늬뿐인 지주회사'로 형해화해 이해관계자 권익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권 강화와 승계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의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를 강화해 지주회사에 대한 규율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관련 조항은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악돼왔다. 자회사와 손자회사간 사업관련성 요건을 폐지하고 이전까지 불허했던 증손회사를 100% 지분을 소유하는 경우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이 2007년 8월 국회에서 의결됐다.

이에 앞서 같은 해 4월, 정부는 기업규제완화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목적에 따라 △부채비율 제한 상향(100→200%)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완화(상장·공동출자법인 30→20%, 비상장 50→40%) 등을 내용으로 한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같은 지주회사 규제완화는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심화시켰다. 2002년을 저점으로 이후 경제력집중이 급속히 심화됐다. 30대재벌 자산총액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은 2002년 49.5%에서 2015년 90.4%로 1.83배 증가했다.

채이배(국민의당·비례) 의원은 "그동안 공정위가 제역할을 했더라면 재벌의 경제력집중 심화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남동일 기업집단과장은 "기업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를 허용한 것"이라며 "경제력집중 수단으로 활용된 측면도 있지만 요건을 완화해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지배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었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무늬뿐인 지주회사제, 경제력집중 심화시켜
[심화된 재벌의 경제력집중] 30대재벌 자산, GDP 대비 90.4%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범현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