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발생시 치유활동 지휘

"전문인력 양성이 우선 과제"

"지역센터 인력 보충도 병행"

정부와 여당이 내년에 국립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할 목표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형참사로 인한 충격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정신적·육체적 질환에 시달려 왔지만 참사 피해자들에게 치유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조정하는 총괄기구가 없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이런 총괄 기구를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빗발쳤고 지난 대통령선거 전후로 국립트라우마센터 설치는 재난 관련 주요 정책과제로 등장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립트라우마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직 형태나 운영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과장은 "지금의 국립정신건강센터 안에 국립트라우마센터를 두고, 광역 단위에 국립정신병원이 있는데 그 쪽에 광역센터를, 시군구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지역조직으로 삼고 이들을 서로 연결할까 검토 중이며 이와 관련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복지부 정신건강과장에 따르면, 어느 지역에 재난 사태가 발생하면 국립트라우마센터에서 파견팀이 만들어진다. 이후 짜여 진 활동프로그램에 따라 광역센터와 지역센터 그리고 해당 지역보건소 인력들과 함께 달려가 현장을 수습하게 된다. 지난 경주 지진 때,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심리위기지원단이 경북 부곡정신병원, 경주보건소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같이 움직여 상당한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는데 복지부는 국립트라우마센터가 이런 식으로 움직일 것으로 그리고 있다.

국립트라우마센터 설치에 있어 핵심은 '전문인력 확보와 교육기능을 갖추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의학계에서 우리나라에 재난치유를 위한 국립트라우마센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설치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국립트라우마센터가 설치된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전문 인력을 갖추는 일이다. 지금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심리지원단처럼 평상시 일반 진료를 하다가 파견을 나가는 식은 곤란하다. 평소에도 관련 인력은 트라우마 관련 연구와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훈 안산온마음센터장은 "국립트라우마센터를 만드는 것은 많은 예산을 들여 새 건물을 세우자는 게 아니다. 재난치유를 실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준비하고 이들이 공동 연구하다가 사태가 발생하면 현장으로 달려가 치유지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국립트라우마센터와 함께 재난현장에서 같이 지원 활동할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과 조직을 시급히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국 시군구 229곳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일상적으로 지역센터는 자살예방활동, 중증정신질환자 사례관리, 아동청소년 정신질환 조기발견, 지역민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상담 심리검사 등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군구 센터의 인력이 보통 8명 정도로 적어 대형재난이 지역에 발생할 경우 인력 운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욱이 전남·전북·경북지역 16곳 지자체에서는 지역센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복지부 정신건강과장은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자살예방활동도 큰 사업인데 다른 정신건강증진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에 재난이 닥치면 이쪽 인력이 지원활동을 나가야 하는데 그러면 기존 업무는 거의 중지될 것"이라며 "국립트라우마센터 전문인력을 갖추는 것과 더불어 지역센터 인력 확충도 같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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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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