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참사 유족의 슬픔 연구한 책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

세월호 유족, 대통령에 선물

16일 세월호 유가족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3가지 선물을 건넸다. 참사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약전과 액자, 손수 장식한 보석함 등이었다. 그런데 전달하려던 선물이 하나 더 있었다고 한다. 이날 청와대 면담 자리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드리고 싶었던 선물이라며 ‘떠나 보내는 길 위에서’라는 책을 소개했다.

유 위원장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내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었다”면서 “(문 대통령이) 꼭 한 번 읽어주시고 가능하면 세월호 참사를 담당하는 담당 공무원들에게도 권유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노다 마사아키가 항공사고 사상 최악의 참사였던 1985년 일본항공(JAL)기 추락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의 슬픔과 극복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한 채 살아남은 자들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인 대응과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유족의 슬픔은 개인적 차원의 심리 처방으로는 치유될 수 없다고 단언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희생자의 죽음의 이유를 사회적 의미로 재창조해야 유족의 슬픔이 극복될 수 있다면서 이를 ‘사회적 장(喪)’이라고 표현했다. 국내 전문가들이 세월호 트라우마의 사회적 치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저자가 소개한 슬픔의 단계를 보면 참사를 겪은 희생자의 가족들은 처음에는 충격을 받고도 평정을 가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속으로는 쇼크 상태이므로 주변사람들은 그를 따뜻하게 배려해야 한다. .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알지만 아직 살아 있을 것이라는 상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그 후 가해자와 부당한 운명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고, 긴 회상과 우울의 시기를 거쳐 유족들은 비로소 홀로 설 수 있게 된다. 단계마다 유족들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목 놓아 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치유에 도움이 된다.

세월호 참사 때 정부와 유족간 갈등이 연상되는 장면도 나온다. 슬픔에 빠져 있는 유족들에게 JAL 직원들이 배상금 문제부터 꺼내고, 이는 유족들의 큰 반감을 부른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참사 초기 언론들이 배상 금액을 경쟁적으로 보도한 일, 1주기 직전 해양수산부에서 배상금을 받으라는 문자를 보낸 일 등을 모욕적인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내 아이 죽음의 의미를 묻는 유족들과 슬픔을 배상 금액으로만 환산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이 자주 벌어진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돈으로 환산하는 작업은 유족의 마음에 처참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후 발간된 책 서문에서 저자는 “한국의 시민들은 유족의 슬픔에 공감해 유족들의 개별적 슬픔을 집합적인 슬픔으로 바꾸었고 유족들과 함께 슬퍼하면서 고인 304명의 유지를 알아들으려 하고 있다”면서 “이 움직임이 한국의 정치.사회.문화를 바꿔나갈 고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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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김규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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