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

"더 강력한 부동산대책 있어"

17일 기자단과의 사전조율 없이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각본대로 이뤄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대비되면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다만 60여분이라는 시간에 각 분야 현안들을 다루다보니 깊이 있는 질문이나 답변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눈여겨볼 대목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 100일, 취재진과 대화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우선 한미간 현안으로 부상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국익 차원에서 당당하게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상무부와 무역위원회 등의 자료를 언급하며 "우리가 상품교역에서는 흑자를 보고 있지만 서비스교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고 대미 투자액도 우리가 훨씬 많다"며 "이런 점들을 충분히 제시하면서 미국과 국익의 균형을 지켜내는 당당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미국 무역대표부(USRT)는 22일 서울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을 위한 회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 FTA 개정 협상 요구에 대해 미리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조직법 개편에서 통상교섭본부로 격상하고 또 본부장을 대내적으로는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조치까지 미리 취해뒀다"고 설명하면서 "미국에 대해 당당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도 명확히 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로드맵'을 묻는 질문에 8.2 부동산 대책을 언급하며 "역대 가지 않았던 가장 강력한 대책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인다면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보유세와 관련해선 "지금 단계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공평과세, 소득재분배, 또 추가적인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검토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초고소득자, 초거대기업에 대한 증세 이외에 추가 증세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공론이 모아진다면, 또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과세 대상과 범위를 확대할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인데 앞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복지재원 등을 고려할 때 '중산, 서민층에 대한 증세는 없다'던 기존 입장보다 진일보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다만 "정부가 발표한 여러 가지 복지정책들에 대해선 지금까지 발표한 증세방안 만으로도 충분히 재원 감당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공권력의 역할이 미진한 게 아니냐'는 물음에 "노동조합의 결성을 가로막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로 단속하고 처벌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고 답했다.

북핵과 관련한 '레드라인'을 "북한이 ICBM 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답변한 것과 관련해선 논란이 제기된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레드라인을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개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는데 문 대통령이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해 정책적 선택지를 좁게 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메시지에 대해 '단호한 결의를 보임으로써 북한을 압박하고자 하는 것이지 반드시 군사적 행동을 실행할 의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 보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코드인사',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역대정권 통틀어 가장 균형인사, 탕평인사, 통합인사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국민들이 내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여당은 "진심으로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지만 야당은 "알맹이 없는 자화자찬 '쇼'였다"고 비판했다.

여당 관계자는 "마침 인사와 관련한 질문도 있었으니 '균형과 탕평인사를 하려고 노력했으나 일부 미흡한 점도 있었다'고 한마디 덧붙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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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개정협상 22일 서울서 시작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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