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따라 부르고 '스마일' 웃는 연습 … "군에서 좋은 사람 만나 감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며 국방부가 후원하는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이 2017년에도 순항 중이다.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군에서 체계적으로 독서를 하며 장병들 간 토론을 통해 소통하는 병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시작됐다.

2017년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250개 부대에서 1825회 진행되는 병사 대상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군간부 인문독서 강좌' '독(讀)한 북콘서트' '신병 독서지원 프로그램' '독서동아리 활동 지원' 등 다채로운 사업으로 구성된다.

내일신문은 2015~2016년에 걸쳐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현장을 취재, 독서하는 병영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해 왔다. 2017년에도 다양한 병영독서 현장을 취재, 소개한다.

9월 28일 해군 5전단 55전대 천지함에서 독서코칭 프로그램이 개최됐다. 사진 이의종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하면 감사한 일들이 많습니다. 웃으면서 생활할 수 있는 것, 같이 운동할 수 있는 것 등입니다. 이번 주제도서를 읽으면서 매순간 감사하다고 느끼면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인천해역방어사령부에 정박 중인 천지함 안에서 열린 독서코칭 프로그램에서 최영진 상병이 한 얘기다. 이날 장병들은 유진아 강사의 강의로 주제도서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을 읽고 책의 주제인 '감사하며 사는 삶'에 대해 다양한 얘기들을 나눴다.

장병들이 볼펜을 입에 물고 웃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이 책의 저자 제니스 캐플런은 1년 동안 감사일기를 쓰며 겪은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솔직한 경험과 함께 유명인과의 일화, 연구조사 등을 인용하며 감사의 가치에 대해 다채로운 방법으로 설득하고 있다.

감사하면 삶이 바뀐다 = 이 책은 감사할 일이 있어야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 감사하다는 마음을 먹으면 감사한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삶이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때 삶이 변화한다는 의미다.

그 사례 중 하나로 유 강사는 감사하며 살아가는 대표적 유명인인 오프라 윈프리에 대해 얘기했다. 유 강사는 "감사해야 하는 일이 하나도 없을 것만 같던 오프라 윈프리는 어느 순간부터 감사한 일을 매일매일 쓴다고 한다"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고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문고에서 책을 읽는 장병들. 사진 이의종

이와 함께 장병들은 "살아있어 행복해"라는 가사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또 볼펜을 입에 물고 '스마일'이라며 10초 동안 웃는 표정을 짓는 연습을 했다.

유 강사와 장병들은 노래를 함께 부르며 "진심을 다해 따라 부르면 잠깐이라도 정말 행복해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감사와 행복, 웃음이 몸에 배일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장병들은 감사일기를 쓰며 달라진 점, '감사한 일' '내가 고른 책 속의 한 줄' 등에 대해 발표했다. 박 건 소위는 "일주일째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감사할 뭔가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감사할 거리들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경수 일병은 "군에 처음 입대했을 때 감사한 마음을 갖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관점을 바꿀 수 있었다"면서 "군에 와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에 있는 지인들의 소중함을 알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곳곳에 '천지문고' = 천지함 곳곳에는 '천지문고'라는 책장을 비치해 독서하고 싶어 하는 장병들이 언제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리 넓지 않은 식당에도 책장을 비치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독서코칭 프로그램까지 더해져 상당수의 장병들은 독서를 즐기고 있었다. 최 상병은 "대학 생활을 시작한 이후 책을 접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뜻밖에 군대에서 책을 소개받고 많이 읽고 있다"면서 "하루 생활을 하다 보면 힘든 일,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있는데 저녁에 자기 전에 책을 읽으면서 기분 좋게 잠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소위는 "독서코칭 프로그램에서 장병들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화합이 더 잘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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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사진 이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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