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 주도, 관리업무만 수행 … 지분보유 1%대 수준 머물러

"무상출연 확대, 매입단가 낮춰야 … 조합장 직선제, 감독 강화"

국내에서 우리사주제도가 처음 도입된 지 오십년이 다 되간다. 하지만 우리사주를 도입한 곳은 전체 기업의 0.54%에 불과하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율은 1.3% 수준이다. 그나마 우리사주를 도입한 기업도 형식적인 관리업무만 수행하고 있어 도입도 운영도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들과 학계 전문가들은 우리사주제도 활성화를 위해 세제지원 확대와 더불어 기업의 무상출연 확대, 저렴한 매입단가, 조합원 직선제 강화 등 근본적인 차원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사주 도입 기업 0.54% = 3일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우리사주조합은 3036개, 조합원수는 135만명에 달한다. 코스피 상장사 중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한 곳은 672개사이며 코스닥은 895개사로 조합 결성비율은 각각 87.73%, 80.34%에 달한다. 반면 비상장사 등 기타법인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수는 1469개로 전체 기업의 0.26%에 불과하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율은 1.3% 수준으로 제도 도입 초기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보유기간도 짧다. 손실을 우려한 조합원들이 의무예탁기간이 지나거나 우리사주의 단기시세차익이 발생할 경우 서둘러 주식을 팔아버리는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우리사주제도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던 2015년 2월과 비교하면 조합수는 329개(12.15%)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대상 기업 중 조합이 결성된 비율은 2015년 0.55%에서 0.54%로 소폭 감소했다.

2015년 당시 정부는 근로자기업 인수 지원과 차입규제완화, 중소기업청의 금융 지원, 보유기간에 따른 세제 지원 확대, 우리사주 환매수 의무화와 비상장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한 우리사주 매매 플랫폼 구축 등의 방안을 내놨다. 그런데 본격적인 시행은 올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비상장사의 우리사주 환매수의무화는 지난 6월 28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자산총액 70억원 이상 기업들에 한해 실시됐다. 지난해 말 비상장사 근로자들도 우리사주 매도에 대한 걱정 없이 우리사주를 취득할 수 있도록 근로복지기본법을 개정·공포한데 따른 조치다. 한편 2일 정부가 발표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에는 우리사주 출자금 소득공제 혜택을 현행 4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창업자와 근로자의 동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성과공유 컨설팅도 실시할 계획이다.

상장시 급조된 조합 … 재원 80%는 근로자 자금조달 = 현재 결성된 우리사주조합의 현실을 살펴보면 회사 주도의 관리업무만 진행하고 조합원들은 회사 주식을 한 푼도 가지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이 상장할 때 회사관리자들을 중심으로 급조된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 상장사의 87.73% 가 우리사주조합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신주 상장 또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조합을 설립한 이후 실제로는 별다른 운영 없이 예탁 주식의 인출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빈껍데기, 깡통조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근수 한국우리사주연합회 회장은 "현재 우리사주조합은 대부분 주식취득 후 예탁기간동안만 보유한 다음에 매각하는 등의 다람쥐 쳇바퀴식 운영으로 깡통조합이 많다"고 "대다수 상장기업에서 우리사주제도를 일회성 이벤트 행사로 활용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퇴직시까지 우리사주를 장기보유하면서 퇴직연금의 보완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우리사주 무상출연과 세제 및 금융상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범철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사주 취득재원은 근로자 자기자금조달이 80%를 차지하고 있어 주가하락 시 손실부담이 크다는 점이 장기 보유를 꺼리게 만든다"며 "기업의 우리사주 무상출연 확대와 종업원들이 우리사주를 장기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기업이 이익이 날 경우 성과급을 주식으로 주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제 및 금융지원을 강화해야 하고 경영자의 소극적인 참여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 방법으로는 기업소득환류세 과세 제외, 이익금의 정기적 무상출연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 있다.

조합의 독립적·민주적 운영 = 회사와 조합간의 논의기구인 우리사주운영위원회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는 우리사주운영위원회가 실제 운영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회사 측은 우리사주운영위원회 구성에 소극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조합은 이를 강제하거나 설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근로기준법에 우리사주조합의 운영 등과 관련한 논의의 장으로 '우리사주운영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임의규정에 불과해 법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며 "우리사주운영위원회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사주 조합장 선출에 있어 직선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로복지기본법 제35조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의 대표자 등 임원선출에 있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회사가 임의로 인사담당자 등을 우리사주조합의 대표자로 선임한 이후 조합원총회를 따로 개최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조합원의 직접 선거원칙을 훼손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서 회장은 "회사가 임의로 우리사주조합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경우 우리사주조합의 활성화를 위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단순히 관리업무만을 수행하면서 우리사주조합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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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한남진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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