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회담 첫날 … 조명균 통일부장관 "남북관계 개선 첫 걸음 되도록"

남북은 오늘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회담에 돌입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수석대표를 맡은 남측대표단은 9일 오전 8시 46분께 회담장인 판문점 평화의집에 도착했다.

평화로 가는 길│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남측 대표단 차량이 판문점 가는 길로 진입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이끄는 북측 대표단 5명은 오전 9시 30분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도보로 회담장에 도착했다.

조명균 장관은 오전 7시 30분께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떠나면서 "평창올림픽, 패럴림픽이 평화축제로서 치러지도록 하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좋은 첫 걸음이 되도록 하고 국민들께서 갖고 있는 기대에 맞춰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회담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평창올림픽, 패럴림픽에 북측 대표단이 참여하는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에 임하게 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태에 있었고 새 정부 첫 회담이다보니 내외의 관심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대표단은 출발에 앞서 회담본부 2층에 모여 잠시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조 장관은 대표단 일원인 노태강 문체부 2차관에게 평창올림픽 마크에 대해 묻다가 "북한이 참가하면 평양, 평창올림픽, 평화올림픽이라는 3피읖(ㅍ)이 되지 않겠느냐"며 북한의 참가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조 장관은 자신의 가방을 가리키며 "이렇게 보따리가 많다"며 웃은 뒤 "오래간만에 남북회담이 열리는 것이다 보니까 모든 게 좀 다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자 2년 1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및 남북관계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남측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사안을 우선 논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회담을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 개회식 공동입장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남북은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아홉 차례나 종합대회 개막식에서 나란히 입장해 이번에도 성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에 공동입장이 성사되면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이후 11년 만이자 10번째다.

북측 선수단이 어떤 경로를 통해 입국할지도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북한 선수단이 육로로 방문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남쪽에서 열린 스포츠대회에 북한 선수단이 육로를 통해 들어온 적은 없다. 다만 이를 위해선 군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북측이 선수단 외에 응원단이나 예술단 등을 대표단으로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밝힐 수도 있다. 이 경우 대표단장으로 누가 내려올 지도 관심사다.

남측은 북한 대표단의 숙소 및 교통편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대북제재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관련 협의가 마무리되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남측은 지난해 7월 북한에 제의했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한 우발적 충돌방지를 논의하기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협의할 적십자회담 개최문제를 다시 제기할 계획이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미국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을 거듭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도 언급할 수 있지만,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한 대규모 경협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남측은 북핵 문제도 거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자고 했는데, 우리의 관심사에 북핵 문제가 당연히 포함된다"고 말해 우리가 이 문제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및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만 이룬 뒤 분야별 후속회담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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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공동취재단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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