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vs근로추천이사

주주권과 충돌 논란 예상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는 '노동이사제'는 참여주체나 방식, 근거 법령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노동자나 노조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하는 방식(노동이사제)과 종업원이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근로자추천이사제로 나뉜다. 근로자추천이사제도 강제적이냐 자율적이냐에 따라 갈릴 수 있다.

금융행정혁신위는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보고서'를 통해 "낙하산 방지 및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금융회사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검토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구체적으로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며,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노동자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그러면서 '금융공공기관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민간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근로자추천이사제의 도입'을 검토할 것으로 권고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는 각기 다른 경로를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노동이사제는 어떻게든 도입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관측이다. 이미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금융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능한지 검토를 시작했다.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산하 공공기관에 강제적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법률에 의한 도입이 무산되더라도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이사 임명은 사실상 정부가 마음 먹기에 달렸다"면서 "노사가 합의하고, 임명절차에 따라서 정부가 노동자 대표나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를 이사로 임명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코스콤 노사가 노동이사제 도입에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 금융회사는 차원이 다르다.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노동계 등은 유럽 각국에서 제도적으로 근로자 참여의 일환으로 노동이사제가 활성화돼 있다면서 우리도 법률과 제도로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지만, 주주가치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지금 우리나라 노사관계 풍토에서 노조를 대리하는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주주들이 수용하기는 어렵지 않겠는냐"고 말했다.

근로자추천이사제가 제도적으로 도입되지 않으면 마지막 수단은 일반적인 이사회 구성 절차에 따라 자력으로 참여하는 방법 밖에 없다.

지난해 KB금융지주 노조협의회가 추진했다 실패한 '사외이사추천권'이다. 현행 상법은 3%의 주식이 있으면 주주제안권을 통해 이사추천을 할 수 있지만, 금융회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0.1%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권'을 통해 이사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수 금융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목받는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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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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