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부채 비중 높아 글로벌 신용평가사 경고 … 정부부채 증가세, 경제 발목 잡을 수도

최근 2년간 정부는 유례없는 세수호황을 누리고 있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정부의 세수 목표치를 8000억원 가량 초과 달성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전체 국세 수입을 251조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11월까지만 국세수입이 251조9000억원에 이르면서 정부의 세수 목표치를 뛰어넘었다.


최근 3년간 정부가 연이어 수십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 있었던 것도 세수호황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우리 공공부채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건전한 수준'이란 점도 한몫했다. 기재부 안팎에선 올해도 연초부터 '추경 편성론'이 거론되고 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추가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정부는 4년 연속 추경을 편성하게 된다. 추경 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 재정관리 우려 목소리도 = 하지만 정부의 재정 건전성 관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공공부문 부채 현황 및 시사점'을 통해 "공공부문 부채 중 비금융공기업 부채 비중이 높고 국가부채가 증가하고 있어 효과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제금리가 상승세로 바뀌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시간이 갈수록 공공부채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부채(D3)는 1036.6조원이다. GDP 대비 63.3% 수준이다. 이 가운데 국가채무는 627.1조원, 국가부채는 717.5조원,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386.4조원(내부거래 67.4조원) 규모였다.

문제는 공공부문 부채에서 비금융공기업 부채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 국가부채(D2)는 GDP 대비 43.8% 수준으로 OECD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면서도 "그러나 공공부문 부채(D3)에서 비금융공기업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GDP 대비 약 23%로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 입법조사처는 공공부문 부채 증가 원인으로 국가부채 증가를 꼽았다. 지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으로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감소했지만 정부부채는 여전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입법조사처는 "공공부문 부채(D3) 증가는 국가부채(D2) 증가에 기인한다"며 "현행 우리나라의 채무관리는 국가채무(D1) 중심으로 진행된다. 관리대상 범위를 국가부채(D2)와 공공부문 부채(D3)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공기업 부채 관리 비상 = 당장 공기업 부채 규모는 OECD 평균을 상회한다.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386조4000억원, GDP 대비 23.6% 수준이다. 공기업 부채는 공공부문 부채를 산정하는 OECD 회원국 7개국 중 2번째로 많다.

중앙부처 산하 비금융 공기업 중에선 한전과 발전자회사 6곳이 88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한국가스공사 23조7000억원 △한국도로공사 25조2000억원 △LH 34조원 등의 순이다. 지방 비금융 공기업 가운데서는 △인천도시공사 6조 △서울메트로 1조8000억원 △SH공사 3조8000억원 △경기도시공사 4조4000억원 등이다.

추세도 밝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2017~2021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자. 계획서에 따르면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는 오는 2019년 493조5000억원을 기록한 뒤 2020년 501조3000억원, 2021년 510조1000억원으로 5년간 29조원 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 공기업들의 해외법인 가치가 4년 만에 10조원 넘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같은 기간 한국석유공사가 7조원대의 손실을 보는 등 이전 정부에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던 공기업의 손해가 컸다. 해외법인 5곳 가운데 한 곳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 글로벌 신평사도 '경고' = 이런 사정 탓에 국제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장기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평가하면서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비금융 공공기관 부채가 한국의 재정 건전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금리인상 추세는 공기업 건전성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글로벌 차원의 금리인상이나 유동성 긴축은 신용채권 등 위험자산에 불리하다. 특히 재무 취약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재정 역할론'도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공무원 증원,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등을 위한 '적자 재정' 정책이 지속될 경우 오는 2060년 국가 채무가 기존 예상(1경2099조원)보다 3400조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늘어나는 복지만큼 그에 걸맞는 장기 재정 전략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공공부채, 적정 수준인가' 연재기사]
① 현황│ 1천조원 넘어선 '공공의 빚', GDP의 63.3% 2018-01-16
② 문제점│ 금리 상승세, 건전성 관리 긴 호흡으로 2018-01-18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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