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체르노빌 피해자

최악서 희망 일궈낸 영웅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는 49개국에서 567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열흘 간 '인간 한계의 도전'이라는 패럴림픽 정신을 보여주며 전 세계에 희망과 감동을 전했다. 즉 역경을 딛고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 한명 한명 모두가 평창 대회를 빛낸 스타이자, 영웅이다. 대회는 18일 막을 내렸지만 이들의 이야기와 메시지는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릿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에이미 퍼디, 하늘 높이│12일 정선알파인스키장에서 열린 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여자 크로스 예선경기에서 에이미 퍼디가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암 세포도 네델란드 장애인 스노보더 비비안 멘델-스피의 질주를 막진 못했다. 암 투병 중에 출전한 그녀는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관중들은 이 보다는 평창에 오는 과정에서 그녀가 겪은 파란만장한 삶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그녀는 비장애 스노보드 선수 생활을 하던 2002년 정강이뼈 악성 종양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소치 대회에 참가해 시범종목이었던 스노보드 크로스에서 금메달을 땄다. 스노보드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멘텔-스피는 대회를 앞두고 암이 재발했다. 지난해 7월부터 암 수술과 방사선 치료 등으로 투병생활을 하던 그녀는 1월 병상에서 일어나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의족을 찬 채 로봇과 격정적인 삼바댄스를 추는 한 여인이 화제가 됐었다. 그녀는 미국 스노보드 선수 에이미 퍼디였다. '의족 댄서'로 불리는 그녀는 소치 대회의 동메달리스트이자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은메달리스트이다. 퍼디는 19세 때 뇌수막염을 앓은 뒤 두 다리와 한쪽 청력을 잃었다. 그녀는 눈물나는 노력 끝에 다리를 잃은 1년 4개월 만에 스노보드를 다시 탈 수 있게 됐고 국가대표가 됐다. 그녀는 현재 스노보더이자 영화배우, 작가, 강연자. 댄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책에서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더 나은 것을 봐라. 나는 다리가 없다. 그래서 스노보드를 탈 때 발이 시리지 않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호주 스노보드 선수인 션 폴라드는 2014년 서핑을 하다 백상아리 두 마리의 공격을 받고 왼팔과 오른손을 잃었다. 병상에서 일어나자 그는 새로운 영역인 스노보드에 도전,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슬로바키아 시각장애 알파인스키 선수 헨리에타 파르카소바와 미국 하지장애 노르딕스키 선수 옥사나 마스터스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피해자들이다. 파르카소바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알파인스키에 도전했다. 수차례 심각한 부상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난 파르카소바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하며 대회 최다관왕에 올랐다. 또 마스터스는 선천성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그는 보육원을 전전하다 미국으로 입양, 2012년 런던 하계패럴림픽에서 조정 선수로 동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에서는 크로스컨트리 여자 1.1㎞ 좌식경기에서 금메달, 6㎞ 좌식경기 은메달, 12㎞ 좌식경기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10일 바이애슬론 남자 7.5km 좌식에서 신의현 등을 꺾고 압도적인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다니엘 크노슨은 2009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히르에 있었다. 그는 미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소속으로 복부 중이었다. 급조폭박물 공격을 받고 8일 만에 의식을 찾은 깨어난 그는 자신의 두 다리의 무릎 아래가 없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40차례의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로부터 1년 뒤 크노슨은 의족을 한 채로 쉬지 않고 1마일을 달리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젓던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면서 크노슨은 용기를 되찾았다. 그는 2011년에는 뉴욕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 달리기와 핸드 사이클을 반복하며 2시간 38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그는 "내 정체성은 훈련, 신체적 능력, 인내 그리고 정신적 용기였다"며 "이것들이 부상 이후 의지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는데 주저함이 없었기에 크노슨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고 이는 평창 패럴림픽의 감동적인 한 장면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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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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