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은 껐지만 재활용업계 공멸 우려

정부의 긴급 처방으로 수도권 아파트 쓰레기 대란이 봉합됐지만 시민과 업체의 걱정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원금 등 업체 달래기로는 재활용품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쓰레기 대란이 폐비닐에서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2일 환경부는 수도권 48개 재활용업체들과 긴급 모임을 갖고 폐비닐을 종전처럼 분리수거 하기로 협의했다. 환경부의 긴급 조치와 함께 서울시와 경기도도 즉각 대책을 내놨다.

서울시와 경기도 모두 업체의 폐비닐·폐스티로폼에 대한 수거 거부가 계속되면 지자체가 직접 수거에 나서기로 했다. 환경부와 업체 간 협의로 일단 사태가 봉합된 만큼 지자체는 후속대책 마련에 집중한다.

하지만 주민과 업계에선 쓰레기 대란이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걱정이 많다. 송파구 한 대형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김 모씨는 "100개가 넘는 엘리베이터 출구마다 안내문을 붙이고 동대표들을 통해 분리수거 방식을 홍보하는 등 2주 동안 밤잠을 설칠 정도로 바빴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세대당 수거 단가를 60%까지 인하해달라고 요구하더라. 격차가 너무 커 수용은 못했지만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오는 것을 보니 실제 수익성 문제로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걸 이해했다"면서 "정부가 나서 봉합은 했다지만 쓰레기 대란이 곧 다시 터질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걱정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늑장대응을 질타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중대형 재활용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 대표에 따르면 정부가 구조적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해결을 미룬 것이 대란의 1차 원인이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이 사태를 촉발했지만 국내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폐기물 유통 시장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소수의 초대형 폐기물 수입업자들이 담합에 의해 폐기물 가격을 좌지우지한다. 싼 가격에 해외에서 폐기물을 사들여 국내 폐기물 가격을 떨어 뜨리고 시장에 물량이 동이 나면 그제서야 수집을 시작한다. 김 대표는 "1kg에 250원까지 받던 페트병(폐플라스틱)은 지금 처리업체에서 아예 받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늑장 정책보다 문제는 환경부의 비현실적인 쓰레기 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모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처리 비용이 다른 재활용품을 같은 가격으로 사가면 실효성이 없다. 지원금도 마찬가지"라며 "환경관리공단과 유통센터가 재활용품에 등급이나 매기며 갑질을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업체에서 걷은 환경 분담금을 어떻게 하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궁리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나 자치구가 직접 수거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수출이 막히고 수입이 넘치는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공공이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재활용업계 자체가 위기라는 진단도 나온다.

국내 재활용업계 자체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폐플라스틱 등으로 쓰레기 대란이 번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면서 "국내 재활용업업계가 무너지면 지자체가 재활용 업무를 가져오더라도 일을 맡길 회사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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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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