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겨냥 진정성 과시 … 트럼프 "과거 정부 석방요청 소용 없었다"

북한에 억류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폼페이오 취임식에 등장한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국무부에 나타났다. 지난해 1월 취임 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지난 정부가 3명의 인질을 석방하라고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계속 주목하라"면서 억류 미국인 석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전선을 꺼내는 등 실질적인 폐기수순에 돌입한 정황이 미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이같은 조치는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미국내 보수층과 국제사회를 향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북한은 억류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노동교화소에서 평양으로 옮겨 치료와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고 뉴스위크와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미 언론들이 2일 보도했다. 노동교화소에서 풀려나 평양에서 치료와 교육을 받은 후 미국으로 석방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인 3명은 모두 한국계로 김동철 목사와 교수 출신들인 김상덕, 김학송 씨다.

북한과 미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특사가 방북해 이들을 데리고 나올지 등 송환방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월 1일 부활절에 극비리에 방북했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이들 3명의 석방을 요구했으며,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CBS TV프로그램(face the nation)에 출연해 "이들을 석방하면 대화에 진정성 있는 조치로 간주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공식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의소리(VOA) 방송에는 "그들의 석방은 (미국에 대한) 선의의 표시로 보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북한이 5월 중에 폐기장면을 서방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하는 작업에 착수한 사실을 미 정보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미 언론들이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 실험장 터널에서 전선들을 끌어내기 시작해 폐쇄작업의 첫 단계에 착수했음을 확인했다고 CBS 뉴스가 전했다.

이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북미정상회담에 나서는 북한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진정성이 있음을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억류 미국인 석방은 북한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인권문제 등이 부각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억류 미국인 석방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 성격이 있지만 정상회담에서 석방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사전에 시기와 방식을 조율 중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어떻게 보면 협상테이블에서 쓸 카드를 스스로 버리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그만큼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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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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