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범위·방법 구체적 타결 과제 … 북미간 시한·속도차 정치적 타결해야

남과 북이 4.27판문점선언으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함에 따라 이달 중 열릴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교환하는 일괄타결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북한이 보이는 일련의 행보에는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수용할 것이란 징후가 뚜렷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3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4월 하순부터 1주일 가량 방북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당국자, 미국 핵전문가 등 3명과의 북미정상회담 사전협의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방법으로 핵을 전면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핵무기 사찰에도 응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폐기할 의향을 보였다고 한다.

같은날 미 CBS뉴스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터널에서 전선을 끌어내기 시작해 폐쇄의 첫 단계 작업이 착수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핵실험 및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선제조치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제와 관련, "내게는 거짓이 없다. 진정성을 갖고 있으니 인정해도 될 것"이라고 밝힌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비핵화 이행에 사실상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핵·미래핵·과거핵 나눠 접근 = 남북정상회담에서 핵폐기의 방향이 합의됨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실행 로드맵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비핵화의 대상과 범위, 방법과 절차, 이를 이행하는 시한과 속도(시간표)가 핵심이란 이야기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말하는 핵무력 완성의 특성상, 비핵화 실행을 위해서는 ICBM의 폐기 문제도 함께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제조와 보유를 위해서는 핵물질과 핵탄두, 연구·제조·저장 시설, 실험장 관련 시설 등이 필요하다. 조 연구위원은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설비의 제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이에 따라 핵물질 반출과 핵탄두 해체, 그리고 ICBM 해체가 북미간 합의를 이뤄야 할 비핵화 핵심조치"라고 설명했다.

'비핵화 시간표'는 북한 체제안전보장과 관련이 있다. 홍민 실장은 "미국의 '압축적 비핵화' 주장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주장은 속도 차이를 의미한다"면서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체제안전보장이 같은 속도를 내도록 하는 '정치적 결정'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비핵화 대상과 범위와 관련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핵과 미래핵, 과거핵으로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핵·미래핵에는 영변의 원자로와 고농축우라늄(HEU)용 원심분리기가 해당된다.

영변 원자로는 과거 6자 회담에 따라 2007년 6월 신고가 이뤄졌기 때문에, 가동일지를 보면 추가생산된 플루토늄 양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다. 5메가와트(MWe)흑연로 및 100메가와트(MWe)실험용 경수로 등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폐기물저장시설, 관련 핵물질이 여기에 포함된다.

원심분리기는 고농축우라늄(HEU)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미국은 과거 북한이 독일제 8400여개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북한의 신고가 있기 전에는 그 외 추가보유분이 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원심분리기와 함께 6불화우라늄(UF6) 생산시설, 우라늄농축시설, 원심분리기 제조시설, 관련 핵물질 등이 비핵화 대상이다.

과거핵은 북한이 이미 완제품 형태로 보유한 핵무기다. 북한이 폐기 계획을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 외에 핵무기 연구시설, 핵무기 제조·저장시설, 고폭실험 시설 등 핵무기 대상시설이 있고, 플루토늄(Pu)과, 고농축우라늄, 방사성 폴로늄(Po-210), 고성능 폭약 등 관련 물질도 폐기 대상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미래핵에 대해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선언했고, 현재핵은 핵프로그램 중단과 폐기를 뜻하며 이는 검증과 사찰의 대상"이라면서 "반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인 과거핵은 검증, 사찰로 확인이 어려워 북한의 자발적 폐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비핵화 대상인 탄도미사일의 경우, 북한이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다"고 공언해 ICBM 뿐 아니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도 비핵화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생겨났다.

과거핵 포기가 중요 = 비핵화를 진행하는 방법과 절차도 북미정상회담에서 타결해야 할 과제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래핵과 현재핵은 포기해도 과거핵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어, 비핵화의 사찰·검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증은 검증합의→검증목록 제출→검증단 구성→검증계획 수립→현장 사찰→시료분석→평가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모든 핵무기·원자력 프로그램 관련 활동에 대해 합의된 사항을 확인하고 미신고 활동이 있는지 여부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문서검증, 시료채취·분석, 관련 종사자 인터뷰 등의 방법이 활용된다.

일각에서는 북미정상간 담판에서 이처럼 비핵와의 대상·범위, 방법·절차가 타결되더라도 남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모든 핵설비와 핵물질, 핵탄두를 모두 제거한다 해도, 여기에 종사했던 핵물리학자, 핵공학자 등이 남는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추후 이들을 활용해 핵무기 생산을 재개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의 재취업이나 연금 문제 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1990~1994년 우크라이나 비핵화 사례의 경우, 미국 넌-누가 법안에 기초한 협력적위협감소프로그램(CTR program)은 이에 필요한 비용으로 16억달러(현재 가치로 200억 달러 이상)를 지출했다.

또다른 문제는 북한이 핵물질과 핵탄두 일부를 숨겨둘 가능성이다. 조 연구위원은 "일부 은닉이 가능한 건 사실이지만, 나중에 발각되면 북한 정권이 큰 타격을 입는데다가 몇 개 숨긴다 해도 한미의 대처능력이 충분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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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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