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영구한 핵폐기" 강조 … 조성렬 "미 의회, 법률로 북미수교 보장 필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서 변형된 'PVID'란 표현을 북핵 해결 원칙으로 내놓았다. Complete(완전한)를 Permanent(영구적인)로 바꿔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Dismantling)'란 용어를 쓴 것.

폼페이오의 언급은 특별한 노선전환이라기보다는 완전한 핵폐기를 강조하기 위한 어법으로 평가받는다.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의 '완전한 비핵화'가 북미정상회담에서 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합의로 확정돼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보장을 서로 맞바꾸는 '빅딜 담판장'이란 점에서 미국도 PVID에 상응하는 수준의 체제안전보장·군사위협 해소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영구한 비핵화를 강조하려면, 북한 체제안전도 영속적으로, 확실히 보장하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북미는 그간의 비공개 물밑 조율을 거쳐 북미정상회담에서 도출해야 할 결과물에 상당수준 근접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은 '일괄타결 후 빠른 비핵화'를 원하고,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말해 차이를 보인다"면서 "비핵화 속도에 상응해 북한 체제안전보장이 같은 속도를 내도록 하는 '정치적 결정'이 작용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 체제보장 유엔안보리 결의도 고려해야" = 북한의 요구인 체제안전보장은 4.27판문점선언에 명시된 평화협정 체결과 더불어 북미수교·북미관계 정상화가 핵심이다.

북미관계 정상화는 북한이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지키는 일반국가 즉 '정상국가'가 되기 위한 불가피한 경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월 4일 방북한 우리 특사단에게 "(미국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대우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따라 연락사무소, 이익대표부 설치 등 자체 권한으로 가능한 조치를 취하고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대사관 설치로 전면적인 외교관계를 맺는 조치를 단계적으로 이행할 수 있다. 대사관 설치는 미 상원 과반수 출석과 3분의 2 동의를 받는 비준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걸림돌은 미 의회가 비핵화 외에 인권, 생화학무기 등 추가요구를 내걸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ICBM폐기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면 미 의회가 추가요구 없이 북미수교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칭 '북한관계법'을 제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미 의회 스스로가 법으로 약속 이행을 규율하면 북한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 그만큼 북의 비핵화 실천도 확고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미 행정부 명령과 의회 입법으로 가해진 대북 제재도 비슷한 방식으로 비핵화 이행 단계에 따라 완화, 해제의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북 체제안전보장 약속은 시간과 상황 변화를 빌미로 뒤집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1990~1994년 비핵화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는 핵포기 대가로 러시아, 미국, 영국 등과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를 체결해 체제안전보장을 약속받았지만, 2014년 2월 러시아가 크림반도 강제병합으로 판을 깼을 때 미국 영국 등은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다.

조 연구위원은 "부다페스트 각서가 신사협정에 불과했기 때문"이라며 "국제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 유엔안보리 결의를 통해 대북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북미정상간 합의가 이뤄지고, 3자 또는 4자간 종전선언이 추진되면 안보리가 결의문으로 북한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확인하고 외부공격이 있을 경우 국제적 대처에 나설 것임을 명시하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북, 핵위협 없으면 주한미군 용인 의사 =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에 요구하는 군사위협 해소는 미국으로부터 받는 핵 위협이 골자다.

북한은 2016년 7월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5대 조건'을 밝히면서 "핵타격 수단의 한반도 반입 금지"를 요구했다. 이는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이 동원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미다.

북한이 2012년 12월 은하3-2호 우주로켓 발사로 인공위성의 저궤도 진입에 성공하고, 2013년 2월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미국은 그해 2월 말 한미군사연습 때부터 핵전략자산 반입 훈련을 실시해왔다.

지난달 9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 양국의 정례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는 북측 입장을 공개했는데, 이는 2012년 수준의 재래식 군사연습에 대한 양해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핵무기 위협과 사용금지 확약도 북한이 원하는 바다. 2005년 제4차 6자회담 결과로 합의된 9.19공동성명은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명시했다. 이른바 소극적 안전보장이다. 하지만, 미 국방장관이 서명한 '핵태세보고서 2010'는 "NPT(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이면서 비확산의무를 다하는 비핵무기국가에 대해 소극적 안전보장을 약속한다"고 해 NPT탈퇴국가와 위반국가에 대해서는 소극적 안전보장 대상에서 제외했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서도 '핵'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북한은 2016년 '비핵화 5대 조건' 5항에서 "남조선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자신들을 겨냥한 핵무기 사용을 포기한다면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1992년과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에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유지군으로 성격이 바뀐다면 주둔을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반도평화, 첫발 내딛다' 연재기사]
①북미정상회담 길잡이 '4.27판문점선언'│ '핵없는 신흥개도국'으로 북 이끈다 2018-05-02
① 북미정상회담 길잡이 '4.27판문점선언'│ "북미정상회담, 사찰·검증이 초점" 2018-05-02
② 북미정상회담 쟁점 '비핵화 실행로드맵'│ 사찰·검증·시간표 합의가 '핵심' 2018-05-03
③ 북미정상회담 쟁점 '체제안전보장'│ '영속적 체제보장' 미국이 약속해야 2018-05-04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