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첫 감리위, 금감원과 '고의성' 공방 … 에피스 가치평가도 대립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융감독원이 17일 열린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에서 분식회계의 고의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분식회계 의혹 심리 맡은 김학수 감리위원장│김학수 감리위원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2월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자본시장 제재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사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고 주장하지만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회계처리를 변경했다고 맞섰다.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의심할만하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이 발표된 후 바이오젠에서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취지의 서신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스닥 상장 추진을 발표한 지 5개월만인 2016년 1월 에피스는 나스닥 상장 작업을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나스닥 시장 전체가 급락세를 돌아서면서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에피스의 상장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바이오젠의 서신이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둔 '조건부 서신'이라면 에피스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는 나스닥 상장 여부에 따라 콜옵션 행사가 좌우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이 있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적인 분식회계' 의혹이 있다고 본 결정적인 이유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지하고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갖고 있는 소위 '스모킹 건'(핵심증거) 역시 사전 인지를 입증할 관련 자료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인 IFRS기준에 의거해 엄격하게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는 외부 감사법인의 입장을 존중해서 이를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2015년 삼정회계법인에 이어 2016년 안진회계법인도 회계처리가 정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에피스의 시장가치 평가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의 시장가치를 4조8086억원으로 평가해 반영했는데 금감원은 9149억원 가량이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의 주장을 받아들여도 시장가치가 4조원에 가깝기 때문에 바이오젠의 공동경영권 행사 가능성에는 변함에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낮은데다가 에피스의 시장가치마저 부풀렸다며 분식회계라는 주장의 연장 선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의 가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개발 후 매출 및 현금흐름 전망에서 성공 가능성 등을 감안해 적정한 할인율을 반영, 외부 평가기관인 안진회계법인에서 5조2726억원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셀트리온 및 미국 코헤르스와 비교해서도 과대평가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에 제품 개발 자금을 제공할 의무(자금조달 보장 약정)가 있으면서 이를 재무제표 주석에 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2년 기준 8727억원을 누락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를 실질적인 지배력과 연결시켜보고 있다. 제품 개발 자금 등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공했기 때문에 향후 콜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지배력 상실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일단 금융당국에서 분식회계 여부를 판가름하겠지만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결론이 날 경우 이 문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심상정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 등을 이유로 찬성했다는 내용의 특검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면 단순히 회사를 적자에서 흑자로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2015년 7월 발표됐고 회사가 상장을 발표한 게 2016년 4월"이라며 "두 개 건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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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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