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탄두·ICBM·발사대 반출이 우선 … 미, 북핵 해결 '트럼프 해법' 준비 중

미국의 유력 안보전략 싱크탱크인 '미국신안보센터'(CNAS) 핵심 관계자들이 우리 정부, 전문가들에게 비공식으로 설명한 트럼프식 북핵 해법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하던 '선 핵포기-후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델이다.

미국 정부의 대외 안보전략과 대내 군사정책 수립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CNAS는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 행정부는 물론 CIA와 의회까지 탄탄한 인맥을 구축한 전문기구다.

최근 한국을 찾은 CNAS 핵심 관계자들이 비공개로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 설명한 '트럼프 모델'의 핵심은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북한 핵무기 체계를 무력화하는 데 우선 주안점을 두는 방식이다. 미국이 줄곧 주장해온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한번에 '원샷'으로 추구하기 보다는 6월12일 북미정상회담 합의 뒤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1단계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이동식발사대(LTE), 핵탄두를 해체, 반출하고 플루토늄·고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 원심분리기 및 각종 핵실험 연구소 등 핵시설까지 포함하는 비핵화 전반의 완료는 추후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해법 전체가 완성돼야 전체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비핵하 이행의 단계적 수순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간 북미는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군사위협 해소란 서로의 요구사안을 일괄타결로 합의한다는 점에는 견해가 다르지 않았지만, 그 이행 방식과 절차, 순서를 두고는 일괄이행과 단계적·동시적 이행으로 부딪혀 왔다.

특히 미국은 남북이 정상회담 판문점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자 CVID의 원칙을 내세워 "빠르고 압축적인 핵폐기"를 강조했고, 이런 와중에 볼턴 보좌관이 '선 핵포기-후 보상'을 전면에 내세우는 무리수를 두다 북한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CNAS 관계자들이 설명한 트럼프 모델에 따르면 미국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이동식발사대(LTE), 핵탄두의 해체, 반출을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국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맡기지 않고 직접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미국 국민을 직접 겨냥한 위협요소를 트럼프 행정부의 손으로 우선 해소함으로써 오는 11월 의회 중간 선거에 대비해 뚜렷한 성과를 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2021년 초) 내에 북핵 위기를 '윈-윈(win-win)방식'으로 끝내길 원하며,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체적으로 자신의 임기 안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되, 그 이전 빠른 시간 안에 미 본토를 겨냥한 직접적인 위협을 1차 목표로 이루는 윤곽을 그리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눈에 띄는 점은, 현재 구체적 내용을 구성 중에 있는 '트럼프 모델'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요구와 북한의 요구를 모두 반영, 종합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법'(Hybrid Approaches)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완전한 비핵화'에만 초점을 두고 대외적으로 이것만 강조해왔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보장과 군사적 위협 해소, 경제제재 해제 등 비핵화의 상응 대가에 대해선 애써 눈을 감는 모습이었다. 볼턴의 '리비아 모델' 강조는 이런 흐름에서 나온 돌출행보였다.

트럼프 모델이 '하이브리드 접근'을 추구한다는 것은 미국이 북한의 요구사항도 동등한 가치로 올려놓고 비핵화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의 리비아 모델 반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모델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체제안전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공개 거론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9호(2017년 12월 채택)의 우선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CNAS측 설명이 주목된다. 2379호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10번째 제재 결의안으로 앞서 채택된 2375호의 확장판이다. 두 결의안은 대북 원유공급 축소와 섬유제품 수출 및 광물·해산물 등의 수입, 합작사업 금지 등을 담고 있지만 대량의 현금이 북으로 흘러들어가는 것도 틀어막고 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성이 가장 높은 결의안으로 평가받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에도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관련기사]
트럼프모델, 본토겨냥 핵무기 우선 제거
백악관 내 북한 협상의지 의심 기류
문 대통령 오늘 방미, 북미 간극 조율·중재

김상범 김기수 기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