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회의원 배출 '송파' 자신 … 한국, 보수결집 기대

중구 'MB 대 노무현', 중랑 '오세훈 대 박원순' 대리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서울 25개 기초단체장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7개 자치구에 후보를 내고 3파전을 예고했지만 사실상 여야 1, 2당 대결 양상이다. 남북관계 훈풍을 타고 20년간 민주당에 구청장 자리를 내준 적 없는 강남3구에서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한국당이 보유한 중구·중랑구에서도 민주당 도전이 거세다.

◆강남3구, 보수아성 무너질까 = 민주당은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싹쓸이'를 자신하고 있다. 강남 3구와 중구·중랑구를 모두 가져와 2006년 '25대 0' 패배를 설욕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 민주당은 21대 4(5회), 20대 5(6회)로 이전 패배를 뒤집고(3회 22대 3, 4회 25대 0)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강남3구 선거 결과가 최대 관심이다. 강남 3구는 민선 1, 2기 송파구를 제외하면 단 한번도 민주당 구청장을 배출한 적 없는 보수의 아성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높은 여당·대통령 지지율로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리서치뷰가 뉴시스 의뢰로 실시한 강남구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정당·서울시장 후보·강남구청장 후보 지지도 모두에서 한국당을 앞섰다. 민주당 지지도는 45%로 한국당(28%)보다 17%p 높았다. 박원순 후보(46.7%)는 김문수 한국당 후보(27.1%)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17.4%)를 멀찌기 제쳤다. 정순균 민주당 강남구청장 후보는 45.5%로 장영철 한국당 후보(31.3%)를 10%p 넘게 앞섰다.

서초구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조은희 현 구청장이 법률소비자연맹이 평가한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호평을 받고 있지만 민주당 바람이 거세다.

유앤미리서치가 지난달 27일 서초구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정근 민주당 서초구청장 후보는 조은희 현 구청장을 8.2%p로 따라 붙었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민주당이 37.7%로 한국당(32.4%)을 오히려 앞섰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특히 송파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지지세가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송파구는 강남 3구 중 민주당과 한국당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가장 적었다. 강남구는 약 26%, 서초구는 약 17%p 차이가 난데 비해 송파구는 10%p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2016년 총선에선 민주당 소속 의원이 두 명이나 당선됐다.

민주당이 강남 3구 입성에 기대를 거는 주요 근거는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거둔 득표율이다. 문 후보는 당시 강남에서 35.36%, 서초 36.43%, 송파 40.30%를 얻어 2위인 홍준표(송파는 안철수) 후보를 각각 8.58%, 10.8%, 17.9% 포인트 차로 앞섰다. 민주당 관계자 "한국당 출신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 수사를 받는 등 적폐청산이 진행 중"이라며 "촛불 정신이 여전히 작동하는 만큼 강남 3구 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중구·중랑구도 거센 도전 = 강남 3구에 이어 중구·중랑구에서도 민주당 도전이 거세다. 중구와 중랑구청장 선거는 MB맨과 노무현 청와대 인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원순 시장의 대리전으로 주목을 끈다.

최창식 현 중구청장은 서울시 행정2부시장 출신으로 이명박 전 시장 시절 뉴타운, 청계천등 MB 대표정책을 도맡았다. 서양호 민주당 중구청장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중구는 1회부터 3회까지 민주당 구청장을 배출하는 등 민주당 강세지역이었지만 최근 선거에선 두 당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결과를 보였다(4·6회 한국당, 5회 민주당). 중구 선거에선 정동일 민주평화당 후보의 득표도 관심거리다. 정 후보는 2006년 4회 선거에서 한나라당 간판으로 중구청장에 당선된 바 있다.

중랑구에서는 오세훈의 부시장과 박원순의 부시장이 맞붙었다. 한국당 소속인 나진구 현 구청장은 오 전 시장 시절 부시장을, 류경기 민주당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의 부시장을 맡았다. 나 후보측이 꼽는 약점은 '소속 정당'이다. 한국당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정당 간판이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류 후보는 당과 박 시장의 높은 지지율을 십분 활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류 후보는 "한국당이 구청장을 쥐고 있어 서울시와 협조가 안되는 등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힘있는 여당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영등포구 선거에도 관심이 모인다. 현역 민주당 구청장이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 여당 표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한국당 관계자는 "재선 구청장인 조길형 후보의 득표력이 만만치 않아 민주당 지지층이 둘로 갈리면 한국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측에선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게 대세인 만큼 채 후보로 표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막판 샤이보수 기대 = 민주당의 싹쓸이 공세에 한국당은 힘겨운 수성 싸움을 벌이고 있다. 보수 아성으로 불리는 강남 3구에서 밀리면 서울 뿐 아니라 전체 판세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내세우는 전략은 "문재인 정부 독주를 막으려면 한국당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한국당이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북풍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한국당은 이때문에 민생과 경제 정책 실정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부동산'을 강조한다. 홍준표 대표는 강남·서초 유세장을 찾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위헌이고 사유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보유세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며 강남 중장년층 표심을 자극했다.

한국당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전반적 판세가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은 양측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다. 강남 3구의 균열, 중랑구 우세 등에 힘입어 민주당이 최소 20+α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게 대체적 전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막판 샤이 보수의 결집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5곳 모두를 수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 이후를 봐서라도 상징성이 큰 강남3구 지키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 싹쓸이도 불가능하지 않다"면서도 "최소한 현재 20개에 2, 3곳은 더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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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김진명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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